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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3수험생까지…저마다 생활밀착형 ‘시국선언’

등록 2016-11-02 19:32수정 2016-11-02 22:00

“‘국가는 국민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하고, 국민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명령하고 복종할 뿐이다.’ …이 제시문은 <수능완성 법과정치>에 수록돼있어 수능에 출제되면 정답률 80%가 될 테지만, 박근혜 정권과 최순실 일가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조차 부정하고 있다.”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작성한 ‘수험생 시국선언’의 한 대목이다. ‘안개의 나라의 토끼가 아닌 수많은 개밥풀 중 하나가 될 것을 다짐하며’라는 제목의 이 시국선언문은 학생들이 교육방송(EBS) 교재 속 지문과 수록작품 등을 인용해가며 만들었다. 학생들은 선언문을 통해 “비록 지금 당장 거리로 뛰쳐나갈 수는 없더라도 이 선언으로써 헌법을 유린한 최순실 일가와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고 철저한 수사,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11일까지 동참 서명을 받아 시국선언문을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일상 속 저항이 퍼지고 있다. 거리 집회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이다. 지난달 말 페이스북 페이지 ‘너와 나의 시국선언’은 연일 이어지는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싶은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개설했다. 시민들은 ‘#시국선언’, ‘#촛불’ 해시태그를 달아 시국선언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면서, 지역마다 잇따르고 있는 오프라인 촛불집회 참여를 서로 독려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시국 풍자’가 넘쳐난다. ‘렁말 코’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누리꾼은 지난달 30일 노래 ‘하야가(下野歌)’를 유튜브에 게시했다. 서태지의 노래 ‘하여가’를 패러디한 2분38초 가량의 이 노래는 “그래 보이긴 했어. 네 머릿속은 새하얀 백지장처럼 텅 비어 보였지”라고 시작한다. 이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상상보다 훨씬 더, 하야(하야) 하야(하야) 하얗구나. 그러니 하야 하야 하야하렴”, “순실만 가득한 너는 이제 자격이 없어 하야 하야 하야하고”라며 대통령 하야를 촉구한다. 2절에서는 비판의 강도를 높여 “이 정도 일줄은 몰랐는데, 이미 내 속은 까맣게 타네(탄핵) 타네(탄핵) 탄핵하라”며 “순 실망 가득한 그네 이젠 버려야만 해. 탄핵 좀 시켜봐”라고 탄핵을 요구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현 시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공주전'(연세대), ‘시일야방성대곡'(성균관대), ‘박공주 헌정시’(고려대) 등의 풍자글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전북 김제에선 중학생들까지 시위에 나섰다. 전북 김제중학교 3학년 조아무개(15)군 등 김제지역 중학생 10여명은 2일 오후 6시 김제시 홈플러스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책임자 처벌, 관계자들의 진정한 사과 등을 촉구했다. 조군은 “경찰서에 가서 집회신고를 하고 거리로 나서기까지 과정이 무서웠지만,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나섰다. 이틀간 집회시위 신고를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있는 행동을 보일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군은 집회신고 목적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큰소리를 내면 국가가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썼다. 학생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확성기를 들고 3㎞ 가량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김시웅 김제중 교감은 “조군이 담임을 통해 학교에 미리 집회사실을 알려줬다. 학생 신분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집회를 하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고한솔 박수진, 김제/박임근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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