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vs 참고인 신분인지가 관건
서면조사 비판 크고, 소환조사 부담 있어
이달 말께 검찰 방문조사 가능성 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기자들에게 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수사가 현실화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 신분과 방법, 시점이 주목받고 있다. 최순실씨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이 박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데다 사실상 ‘주범’ 역할을 한 셈이어서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지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전례는 없다. 그러나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씨와, 공범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그리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체포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범행에서 박 대통령은 이들의 범죄를 사실상 지시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만약 검찰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다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 탓에 방문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9년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에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운 바 있지만,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검찰로 소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렇다고 검사가 사실관계를 직접 추궁할 수 없는 서면조사로 갈음한다면 ‘부실수사’ 논란을 낳아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 검찰이 2007년 12월 비비케이(BBK) 연루 의혹을 받던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서면조사만 하고 무혐의 결정을 내리자 결국 특별검사팀이 꾸려졌다. 앞서 검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특검팀은 결국 2008년 2월 ‘제3의 장소’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내사자 신분으로 방문 조사했다. 방문조사는 당선인 예우를 참작한 절충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조사 시간이 3시간에 그쳐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점은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이 기소될 11월 말께로 점쳐진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진상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조사할 게 많다”며 대통령의 조사에 대한 즉답을 꺼렸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