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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거리엔 역대 대통령 최저치로 떨어진 박 대통령 지지율에 빗댄 이런 팻말이 나타났다.
시민 20만명이 광화문 사거리를 메운 만큼, 톡톡 튀는 구호와 팻말이 많았다. 박 대통령 발언은 단골 패러디 대상이 됐다.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습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 한 시민은 ‘사사로운 연은 이어나가시고 나라와 연을 끊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나왔다. ‘우주의 기운으로 박근혜 퇴진’이라는 현수막도 있었다. 2015년 4월 중남미 순방 중 브라질 경제인 행사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패러디한 것이다.
특히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 모인 집회는 재치 넘치는 팻말들로 넘쳐났다. 이날 대학로에서 열린 전국대학생시국대회에 참여한 성균관대총궐기네트워크 소속 대학생은 ‘전국민 담오는 대국민 담화 말고 어서 하야해라’는 구호를 손팻말에 적었다. 중고생혁명추진위원회, 중고생연대, 전국중고등학교총학생회연합이 모인 청소년 집회에서 한 학생은 ‘대통령은 1+1이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평화시위’를 외치며 집회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가 끝나갈 무렵, 학생들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인근 폴리스라인 앞을 지켰다. “청와대로 가자”며 경찰과 충돌하려는 시민을 제지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3일 ‘청와대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국선언’을 발표한 문화예술인들은 이날 광화문광장 앞에 ‘퇴진캠핑’ 텐트를 설치했다. 이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텐트촌 입주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문화예술적인 퍼포먼스를 넘어서, 시민을 위한 정부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정부에 항의할 수 있고 정치적인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텐트를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록색 도포의 내시 복장을 한 집회 참여자는 ‘내시들 다나왓!’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집회 행진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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