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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학생부터 노인까지...‘광장 민주주의’ 열었다

등록 2016-11-06 18:22수정 2016-11-06 22:01

11.5 광화문집회 재구성

백남기 농민 장례식이 끝나자
광화문 광장은 슬픔에서 분노로
법원의 행진허용 결정이 기폭제
90분 평화행진은 마치 거대한 들불
돌아온 광화문엔 어느새 20만 인파
행사 뒤 밤늦도록 자유토론 이어가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5일 서울 종로 일대는 말 그대로 ‘사람의 홍수’였다. 시민들은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밤늦게까지 자유발언을 하며 집회 열기를 이어갔다.

오후 4시, 본격적으로 타오른 “박근혜 퇴진” 발인, 노제, 영결식으로 이어진 백남기 농민의 장례식이 마무리되자 ‘슬픔’은 광화문광장에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주관으로 열린 제2차 범국민행동을 통해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영결식에 참석했던 시민들에 더해 주변에서 시위를 하던 중고생들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시국회의를 개최하고 이동한 서울지역 대학생들까지 모였다. 참가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불어나 오후 5시께 주최 쪽 추산 10만명(경찰 추산 3만7000명)에 이르러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웠다.

지난주까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향하던 시민들의 분노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딸과 함께 나온 윤아무개(59)씨는 “딸에게 먼저 제안해 같이 나왔다. 국민이 국민 대우를 못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하는 일이 국민을 국민으로 보지 않고 있는 일들이다. 최순실 게이트도 법이나 국민을 우습게 보니까 벌어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망나니짓이다. 사퇴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앞서 오후 2시에는 광화문광장 옆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교복 차림의 중고생 400여명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중고생들의 집회’를 열었다. 한 시간 뒤엔 광화문 케이티(KT) 빌딩 앞에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주도로 중고생 500여명이 모여 2차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후 6시, 10만의 행진 오후 6시, 행진이 시작됐다. 이 무렵 광화문광장엔 시민들이 더 모여 주최 쪽 추산 12만명(경찰 추산 4만명)에 달했다. 인원이 너무 많아 모두 한꺼번에 움직이지 못하고 일부만 행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애초 경찰은 교통불편을 이유로 이날 행진을 금지했다. 하지만 법원이 참여연대가 신청한 ‘금지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행진이 가능해졌다. 법원은 “교통 소통의 공익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역대 최대 수준인 경찰 220개 중대, 1만7000여명을 투입했고,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 중간에 차벽을 설치했다.

시위대는 “박근혜는 물러나라”, “사과 말고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반복해 외치며 1시간30분가량 종로 일대를 돈 뒤 다시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인파는 오히려 더 늘어나 광화문광장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빼곡하게 시민들이 들어섰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숭례문 쪽에서도 사람들이 끝없이 밀려들었다. 주최 쪽은 시민 20만명이 운집한 것으로 봤다. 반면 경찰은 4만3000명으로 추산했다. 정호정(49)씨는 “여태까지 시위는 편협하다고 생각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화가 나는 사안이다. 나오고 싶은데 못 나오는 친구들이 있어서 카카오톡으로 생중계 중”이라고 말했다.

밤 9시, “노인네들 정신 차려” 이날 공식 일정은 밤 9시께 끝났지만 많은 시민은 밤늦게까지 케이티 광화문지사 앞 광장에 남아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서울 송파구에서 왔다는 한 할머니가 발언대에 올라 “노인네들 정신 차리라고 나왔다. 노인들이 박근혜를 세웠다. 그래 놓고 지금도 불쌍하다고 한다. 그렇게 감싸주는 사람들 때문에 지금 정치가 이 모양이고, 나라가 이 모양”이라고 말해 젊은이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광화문광장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도 밤늦게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집회 뒤에도 광화문 인근 술집과 식당에 모여 다 함께 노래를 불렀다.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지 식당 앞 도로에선 자유발언을 하는 참가자들이 밤늦게까지 목격됐다.

허승 고한솔 박수진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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