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15일 오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열린 시국 대토론회에 참여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정 전 총리(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는 15일 오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헌정 위기, 누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시국 대토론회 기조 강연자로 나서 “박근혜 대통령은 빨리 물러나야 하고 그것이 민심이자 천심”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기조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스스로 내던진 행위를 책임져야 하고, 내치와 외치를 구분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 운영의 기능결손 상태인 박 대통령에게 나라와 국민의 생존을 더 이상 맡길 수는 없다”며 “일개인의 사사로운 권력 유희에 허수아비가 된 대통령과 어이없는 국정농단을 방조하거나 눈감은 기득권 세력의 적나라한 모습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또 정경유착, 남북관계의 파탄, 기득권 챙기기 등을 예로 들면서 “박근혜 정부는 21세기 대한민국을 40여 년 전인 박정희 시대로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들은 박정희 정권의 특혜와 보호를 받으며 만들어졌다”며 “최저임금 몇백 원 인상도 결사반대하던 재벌이 미르재단과 케이 스포츠재단 설립에 수십억씩 쾌척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재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이유는 결국 정치권력과의 거래관계 때문이고, 재벌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피해자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15일 오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열린 시국 대토론회에 참여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또 “박정희 정권은 정권 보위가 필요할 경우에만 남북 대화를 이어갔고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을 반복했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느닷없이 ‘통일 대박’을 외치더니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렸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는 점을 꼽아 박정희 정권과 닮았다고 언급했다.
정 전 총리는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권력에 빌붙어 적극적으로 관여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조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며 “청와대 비서실부터, 장·차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 판검사, 언론인, 학계, 기업인 등 사적 이익을 취하는 이들에게 국민은 안중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를 예로 들면서 “박근혜 정권이 정보력과 경찰력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위축시키고, 사회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획일화하는 시대착오적인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정 전 총리는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가치인 ‘동반성장’”을 시대적 과제로 꼽고,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시대착오적인 정책과 사회적 병폐를 도려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이날, 정 전 총리를 비롯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숙명여대 교수협의회장 등과 함께 시국 대토론회를 열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풀어갈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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