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
2010년 신동욱 공화당 총재 명예훼손 재판서 증인 출석
김 전 수석 “안봉근이 정리해준 내용으로 증언한 것”
법조계 “안봉근 위증죄로 수사해야…검찰 수사도 부실”
김 전 수석 “안봉근이 정리해준 내용으로 증언한 것”
법조계 “안봉근 위증죄로 수사해야…검찰 수사도 부실”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 일가와 2004년 이후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김 전 수석의 과거 증언에 대해 위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수석은 <한겨레>에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정리해준 내용으로 법정 증언을 한 것”이라고 밝혀 안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수석이 법정 증언에 나선 것은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인터넷 미니홈피 등에 “박근혜가 고 최태민 목사의 친인척들과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최 목사의 친인척들이 육영재단 강탈 사건의 배후”라는 취지의 글을 써 2010년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였다.
김 전 수석은 당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신동욱-박근혜 명예훼손’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검찰이 “피해자 박근혜는 2004년 이후 고 최태민 목사의 친인척들과 완전히 단절하여 전혀 연락을 취하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고 최태민 목사의 친인척들이 육영재단을 차지하려고 폭력 사건을 사주한 사실도 없었지요”라는 질문에 “예. 이 부분은 증인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인데, 모두 사실로서 (최태민 일가와) 연락을 취한 사실도 없고 육영재단 관련해 폭력을 사주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권기만 판사는 박 대통령 쪽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2년 2월 신동욱 총재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수석은 위증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수석은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진술한 것이라 위증이 될 수 없다. 당시 박근혜를 보좌하는 이춘상(2012년 교통 사고 사망)·안봉근 보좌관이 정리해준 내용으로 법정 증언을 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최순실과의 관계를 물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가 청와대로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미리 입수하고 의상을 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때 제2부속 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정호성(구속), 이재만 전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릴 정도로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그가 2010년 당시 박근혜-최순실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전 수석의 설명대로라면, 안 전 비서관이 김 전 수석으로 하여금 위증을 하게 만들고 신동욱 총재의 처벌 전략을 짠 것이 된다. 한 변호사는 “안봉근 비서관이 김 전 수석을 간접정범(일종의 도구)으로 활용해 위증죄를 범한 것 같다. 김 전 수석은 들은 대로 진술한 것일 뿐이라, 위증죄를 피해가고 안 비서관은 증언에 나선 적이 없기에 안 전 비서관도 위증죄를 피하는 전략을 취한 것 같다. 안 전 비서관의 위증죄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당시 수사도 결과적으로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여러워 보인다. 당시 검찰은 명예훼손 피해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측근들의 증언만으로 신동욱 총재를 기소했다. 2009년~2010년 당시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라 한나라당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직접 조사를 기피할 이유가 없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박근혜의 진술조서를 받고, 재판에서 피고 쪽이 박근혜 조서에 대해 부동의 하면 검찰은 공소유지를 위해 박근혜를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 처지가 된다.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에 대해 박근혜는 법정에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위증죄로 처벌된다. 검찰은 이 부담을 덜려고 박근혜 진술조서를 일부러 안받은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재판은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의 위증만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짜맞춘 듯한 박근혜 측근들의 주장만으로 나를 기소하고 판사 역시 위증 가능성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심 청구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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