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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차벽을 꽃벽으로…불법을 꽃으로 넘다

등록 2016-11-21 17:21수정 2016-11-22 00:19

꽃벽 퍼포먼스 제안한 미술가 이강훈씨
탈부착이 용이한 스티커 용지로 교체 계획
19일 저녁,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내자교차로까지 늘어선 경찰 차벽에 수만개의 알록달록한 꽃 그림 스티커를 붙여 차벽을 ‘꽃벽’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사진/이재호 작가 제공
19일 저녁,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내자교차로까지 늘어선 경찰 차벽에 수만개의 알록달록한 꽃 그림 스티커를 붙여 차벽을 ‘꽃벽’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사진/이재호 작가 제공
“경찰 차벽을 아름다운 꽃벽으로 꾸며주세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서울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 지난 19일 밤, 종로구 율곡로와 사직로 인근에 세워진 경찰버스에는 다양한 색상의 꽃이 피었다. 가족 단위로 참여한 일부 시민들은 꽃밭으로 바뀐 경찰 버스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느라 분주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 버스를 꽃벽으로 변신시킨 이는 미술가 이강훈(44)씨다. 그는 지난 12일 집회에 나왔다가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 세워진 한국방송(KBS) 중계 차량에 시민들이 ‘공정보도를 하라’는 항의의 뜻으로 ‘하야하라’, ‘박근혜 퇴진’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는 차벽 앞에서 경찰과 밤샘 대치하거나, “차벽을 치우라”며 구호를 외치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무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어 차벽을 없애는 상상을 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이 ‘낯선 저항’이 차벽의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질문이 모여 차벽을 몰아내는 운동이 되길 꿈꿨다.

19일 저녁,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내자교차로까지 늘어선 경찰 차벽에 수만개의 알록달록한 꽃 그림 스티커를 붙여 차벽을 ‘꽃벽’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사진/이재호 작가 제공
19일 저녁,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내자교차로까지 늘어선 경찰 차벽에 수만개의 알록달록한 꽃 그림 스티커를 붙여 차벽을 ‘꽃벽’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사진/이재호 작가 제공

19일 저녁,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내자교차로까지 늘어선 경찰 차벽에 수만개의 알록달록한 꽃 그림 스티커를 붙여 차벽을 ‘꽃벽’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사진/이재호 작가 제공
19일 저녁,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내자교차로까지 늘어선 경찰 차벽에 수만개의 알록달록한 꽃 그림 스티커를 붙여 차벽을 ‘꽃벽’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사진/이재호 작가 제공
아이디어는 곧바로 실행됐다. 이 작가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광화문 집회에서 경찰을 비난하는 구호 대신 평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스티커를 만들어 차벽과 방패 등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꽃벽 퍼포먼스에 참여할 작가들도 모집했다. 하루 이틀 사이에 26명의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했다. 예술단체인 세븐픽처스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취지에 공감한 시민들은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기부했다. 이렇게 해서 총 100만원이 모였다. 2만9000장의 스티커가 제작될 무렵, 스티커를 나눠줄 자원봉사자 모집도 끝났다.

19일 오후3시, 경복궁역 6번 출구 앞. ‘차벽을 꽃벽으로’ 부스가 설치됐다. 일곱 살 유치원생의 고사리 손에도, 칠순 노인의 주름진 손에도 꽃 스티커가 들렸다. 광화문에서 내자교차로까지 촘촘하게 선 경찰 차벽은 2~3시간 만에 ‘꽃벽’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일부 시민들은 ‘의경이 고생한다’며 자정이 넘도록 그의 스티커를 떼어냈다. 이 모습에 카메라가 몰려들었다. ‘착한 시민’에게 언론의 칭찬이 쏟아졌다.

“의경들이 고생할까봐 스티커를 떼야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경찰 버스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마저 폭력으로 인식하는 건 아쉽네요. 착한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권리나 주장을 훼손한다는 생각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26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제5차 범국민행동 때도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가 예정돼있다. 그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탈부착이 가능한 스티커 용지로 바꾸고, 포스트잇 방식의 스티커도 제작할 계획이다.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어 차벽을 뛰어넘자’는 ‘낯선 저항’에 ‘착한 시민’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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