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네덜란드 북부 흐로닝언 기차역 앞에서 프린스클라우스 음악대학 재즈전공 유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 이수 씨 제공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26일 전국 190만 촛불 시민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습니다. 같은 시간, 네덜란드 북부의 흐로닝언(Groningen) 기차역 앞에서도 세월호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가 울려 퍼졌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네덜란드 프린스클라우스 음악대학(Prins Claus conservatorium) 재즈전공 학생 9명은 손팻말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학생들은 27일(한국시각) 페이스북에 “오늘 한국 광화문에서 다시 한 번 큰 집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는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같은 시간,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이곳 흐로닝언에서 집회를 가졌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저희의 작은 외침이 대한민국에 닿기를 소망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글과 함께 공개된 영상을 보면, 9명의 학생은 ‘네덜란드 흐로닝언 음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합창한 뒤 손팻말을 뒤집어 ‘박근혜 퇴진 촉구합니다’라고 외칩니다.
당시 집회 내용과 사진을 영문 번역본과 함께 올린 프린스클라우스 음대 유학생 이수(31) 씨와 페이스북 메시지로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네덜란드 시각 새벽 2시, 답변은 의외로 빨리 왔습니다.
[한겨레 페북] 집회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셨고, 어떻게 열게 되었나요?
[페친]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네덜란드 프린스클라우스 음대 재즈전공 학생들입니다. 비록 타국에 있지만 당연히 현재 대한민국의 시국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집회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한겨레 페북] 재학하고 계신 음대에는 한국 학생들이 많은가요?
[페친] 대략 13~14명 정도 음대에 재학하고 있습니다. 집회에는 음대에 재학 중인 학생의 70%가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한겨레 페북] 현재 영상에서 보이는 곳은 어디인가요?
[페친] 영상을 찍은 곳은 흐로닝언 기차역입니다. 영상을 찍을 곳에 대해 회의하고 고민한 결과, 저희의 위치를 명백하게 알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이곳에서 찍게 됐습니다.
[한겨레 페북] 집회 시간이 야간인 것 같은데 혹시 광화문 촛불집회 시간과 맞춰서 여신 건가요?
[페친] 네덜란드 현지 시각 오후 6시에 집회를 열었습니다. 광화문의 집회 시간과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저녁 시간으로 결정했습니다.
[한겨레 페북] 새벽 시간에 답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지요?
[페친] 모쪼록 하루빨리 나라가 안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재외동포 행동’ 쪽은 미국, 캐나다 등 세계 23개 나라 67개 도시에서 재외동포의 시국집회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촛불시위도 처음 3만명이었던 규모가 점점 늘어 200만에 달했습니다. 몇 개국, 몇 개 도시의 작은 숫자들도 점점 커지면서 단호해진다는 점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