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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업, 동맹휴업, 철시…박근혜 퇴진 요구하는 시민불복종 시작됐다

등록 2016-11-30 19:36수정 2016-12-01 21:02

박대통령 즉각퇴진 거부에 시민들 격앙
차부품업체 이씨·8년차 교사
휴가 내고 상경해 파업집회에
고물상 문닫고 마이크 잡은 정씨
“권력 한마디로 재벌 수백억 특혜”

문닫은 노점상 전국에 3500명
“국민 생각한다면 사퇴가 맞아”
서울대생 책덮고 1시간 거리행진
“학점보다 퇴진이 더 중요해”
프리랜서 정씨·카페주인 최씨
아파트·가게벽에 ‘하야 현수막’

서울 영등포구 ‘카페 봄봄’ 내부에 ‘하야만사성’ ‘국민들은 칼퇴근 박근혜는 칼퇴진’ 펼침막이 걸려있다.
서울 영등포구 ‘카페 봄봄’ 내부에 ‘하야만사성’ ‘국민들은 칼퇴근 박근혜는 칼퇴진’ 펼침막이 걸려있다.
스스로 내려오기를 끝내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다음날인 30일, 노동자들은 파업을, 학생들은 동맹휴업을 택했다. 자영업자와 노점상은 장사를 접었다. ‘총파업’, ‘시민불복종’ 등으로 이름붙은 저항에 나선 시민들은 한결같이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쳤다.

■ 노동자, 기계를 멈추고 광장으로♣] 경기 화성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이동훈(41)씨는 30일 ‘무급 반차’를 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퇴진, 단 하나의 요구로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에 돌입한다”며 이날 하루 총파업에 나섰다. 이씨는 오후 근무를 뒤로 하고 동료 60여명과 함께 시청광장을 찾았다. “눈 앞에 놓인 시국 해결이 급하잖아요. 기계를 잠시 멈추더라도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씨와 동료 100여명이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총파업 여부를 두고 투표한 결과 70% 이상이 찬성했다. 이씨는 “오후 근무에 잔업까지 포함해 5~6만원 정도는 포기한 셈”이라며 “당장 하루 벌이가 급해도 지금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주장하는 데 한 명이라도 목소리를 보태야 한다는 의견이 모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씨는 25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에 대해 “1, 2차는 그래도 아무 생각없이 준비해온 원고를 읽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임기를 이어가기 위한 꼼수를 치밀하게 준비해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통령과 정치권이 반성 없이 정치적 계산만 반복한다면 파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8년차 교사 조영국(31)씨도 학교에 연가를 내고 파업에 참여했다. 조씨는 ‘지역의 상징물 찾기’ 수업을 하려고 했지만 아이들을 뒤로 하고 ‘시민불복종’에 함께 했다. 조씨는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박근혜, 최순실 이름을 듣고 ‘정말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실체를 몰랐냐’고 질문을 한다”며 “교과서에서는 우리 사회가 이전보다 많이 진보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다가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씨는 “대통령이 담화를 할수록 실망만 더해간다. 박 대통령이 즉각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물상, “영세상인 죽인 대기업 비호해주고 돈 뜯어 분노” 경기 남양주에서 8년째 혼자 고물상을 운영하는 정재안(49)씨는 이날 일을 접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전국고물상연합회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저를 포함한 고물상 절반이 월 100만원도 못 버는데, 대통령은 말 한마디로 수백억원을 모금한 뒤 대기업에 특혜를 줬다”며 “‘멘붕’을 넘어선 ‘분노’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평일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해 저녁 7시에 마친다. 주로 전날 싣고 온 물건에서 고철을 분리하는 일로 아침을 열고, 오후엔 1t 트럭으로 건물 공사 현장에 가서 고철을 수거해온다. 고물상 취급 품목 가운데 가장 환금성 높은 건 구리인데, 구리 시장에 대기업이 끼어들어 먹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정씨는 “국가가 영세상인을 죽인 대기업을 비호한 뒤, 최순실 등을 통해 불법으로 돈을 받았다. 이 나라엔 정의가 없다”며 “서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흙수저’가 아니라 ‘무수저’의 삶을 산다. 문을 닫고라도 나가서 이건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노점상, “끝까지 탄핵 밀어붙여 민주주의 거듭났으면” 서울 지하철 수락산역 앞에서 등산객들을 상대로 족발, 김밥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인 원희영(44)씨를 포함한 전국노점상총연합회 소속 3500여명은 이날 노점을 닫았다. 평일 하루 원씨 손에 들어오는 돈은 6만원 남짓이다. 원씨는 “큰 돈은 아니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저한텐 큰 돈이다. 생계가 중요하지만 국민이고, 한 가정의 엄마지만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할 땐 일을 접고라도 동참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를 보고 원씨는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 원씨는 “탄핵을 모면하기 위한 담화라고 밖에 보이지 않더라.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권력을 모두 내려놓고 사퇴하는 게 맞다”며 “비박계가 마음 흔들리지 않고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면 이 게이트와 관련된 모든 걸 싸그리 파헤쳐야 한다. 이참에 끝까지 밀어붙여 나라가 거듭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H4s대학생, “학점보다 퇴진이 우선”♣?] 서울대 학생 고근형(20·조선해양공학과)씨도 거리로 나섰다. ‘자체 휴강’을 하고 동맹휴업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학생들은 이날 “박근혜 정권에 맞서 학생으로서의 사회적 기능을 멈추고 정권퇴진을 우선 과제로 선언한다”며 동맹휴업을 선포했다. 1500여명의 학생들이 서울대 본관 앞에서 동맹휴업대회를 열고 서울대입구역까지 1시간 가량 행진했다. 2003년 이라크전쟁 반대 동맹휴업 이후 최대 규모다.

고씨는 오전에 전공수업 두 개가 연달아 있었지만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고씨는 “취업난이 워낙 심해 학점을 잘 받고 교수님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지금 같은 시국이라면 학점 따는 것보다 박 대통령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는데 정작 평일 일상은 평화롭더라. 거리감이 느껴졌다. 주말 집회를 넘어 일상에서도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동맹휴업 열기는 뜨겁다. 40여명 정원임에도 15명만 출석한 교양수업도 있었다. 교수들도 학생들에 화답했다. 한 교수는 동맹휴업대회가 열리는 교외에서 야외수업을 하겠다고 공지했고 이날 수업에 나온 내용은 시험에 출제하지 않겠다는 교수도 있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는 학생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듯하다. 고씨는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것 아닌가. 백만 촛불의 요구를 보이콧하겠다는 선언처럼 보였다”며 “학생들도 2차, 3차 동맹휴업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아파트 베란다에도, 카페에도 ‘하야 현수막’ 생활 곳곳에서 시민불복종은 이어졌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사는 프리랜서 정아무개(42)씨는 이달 초부터 아파트 베란다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붙였다. 정씨 집을 포함해 이웃집 8곳도 ‘하야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봄봄’을 운영하는 최지원(42)씨는 지난주부터 카페 내부에 ‘하야만사성’, ‘국민들은 칼퇴근 박근혜는 칼퇴진’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어두었다. 최씨는 “손님들이 현수막보면서 깔깔대고 많이 웃으시고, 이 사태에 대해 얘기도 하신다”며 “이번 토요일 집회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고한솔 김규남 기자 suji@hani.co.kr

30일 이른 새벽 문을 닫은 서울 도봉구의 한 노점. 천막 위에 ‘박근혜 즉각퇴진’ 손팻말과 함께 “시민저항의 날에 함께한다”는 종이가 붙어있다. 전국노점상총연합회 제공.
30일 이른 새벽 문을 닫은 서울 도봉구의 한 노점. 천막 위에 ‘박근혜 즉각퇴진’ 손팻말과 함께 “시민저항의 날에 함께한다”는 종이가 붙어있다. 전국노점상총연합회 제공.

30일 회사에 무급반차를 내고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 참여한 이정훈(41)씨. 사진 고한솔 기자
30일 회사에 무급반차를 내고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 참여한 이정훈(41)씨. 사진 고한솔 기자

30일 파업에 참여한 초등학교 교사 조영국(31)씨. 사진 고한솔 기자
30일 파업에 참여한 초등학교 교사 조영국(31)씨. 사진 고한솔 기자
수업을 ‘자체 휴강’하고 동맹휴업대회에 참여한 서울대 학생 고근형(20)씨. 사진 고근형씨 제공
수업을 ‘자체 휴강’하고 동맹휴업대회에 참여한 서울대 학생 고근형(20)씨. 사진 고근형씨 제공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중소상인 비상시국회의와 경제민주화넷이 박근혜정권 퇴진과 재벌·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며 ‘분노한 자영업자-시민불복종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중소상인 비상시국회의와 경제민주화넷이 박근혜정권 퇴진과 재벌·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며 ‘분노한 자영업자-시민불복종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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