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주권자의 명령은 더 이상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게 됐다. 역대 최다 인파인 232만명이 참가한 주말 집회에서 국민은 대통령에게는 즉각 퇴진을, 국회에는 지체 없는 탄핵안 처리를 요구했다.
3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6차 촛불집회에 주최 쪽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서울 170만명, 전국 62만명, 총 연인원 232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경찰도 서울 32만명, 전국 11만명이 운집해 순간 최다인원 43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어느 기준으로 봐도 헌정 사상 가장 많은 수의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친 것이다.
애초 퇴진운동이 장기화되면서 누적되는 시민들의 피로도 등으로 인해 지난달 26일 5차 촛불집회의 전국 160만명 규모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국민들은 더 격해 있었다. 이날 거리엔 수의를 입은 등신대의 박 대통령 사진이 등장하고 ‘박근혜 체포’ ‘박근혜 구속’ 같은 구호가 늘었다. 1차 계기는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담화였고, 두번째는 1일 새누리당의 ‘4월 퇴진’ 당론 확정과 야당의 탄핵안 2일 처리 실패였다.
시민들은 압도적으로 ‘4월 퇴진론’을 비판했다. 세종시에서 아들 둘과 함께 올라왔다는 홍성범(42)씨는 “사실 안 물러나겠다는 꼼수다. 그래서 더 열 받는다”며 “지금 경제가 어마어마하게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이대로 5개월을 더 하겠다는 건 국민들 죽으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원 최남희(40)씨도 “국민들이 원하는 건 스스로 퇴진하겠다고 결단 내리는 모습인데 국회에 공을 넘긴다는 게 말이 되냐. 박 대통령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분노도 폭발했다.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 사전집회에 참석한 윤선경(42)씨는 “새누리당의 꼼수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서 시위에 참석했다. 자기네들 밥그릇만 생각하고 국민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태환(26)씨는 “야당도 서로 입지 넓히려고 눈치싸움만 한다. 국민의 뜻은 당장 물러나라는 것인데 정치인들이 다음 대선 때 어떻게 영향력 키울지 그런 고민만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하면 현실적인 방법은 국회의 탄핵뿐이다. 시민들은 설사 부결되더라도 국회가 탄핵안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준철(34)씨는 야당에 “역풍 두려워하지 말고 우선 탄핵안 처리해라. 부결되면 국민들이 다시 일어날 거니까 국민을 믿으라”고 말했다. 정치는 촛불을 따를 것인가.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허승 박수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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