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부부인 영화감독 김조광수(가운데)씨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오른쪽)씨가 지난 5월 26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한국 첫 동성결혼 신청 사건 각하 결정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국사회 첫 동성 부부의 혼인 신고가 법원에 의해 또 가로막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5부(김양섭 부장판사)는 “김조광수·김승환씨가 ‘구청이 동성부부의 혼인신고서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법원이 각하한 것에 대해 항고했지만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관계 법령 등 현행법의 해석, 항고인들과 피신청인의 주장 및 자료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1심 결정은 정당하다”며 “혼인이 남녀의 결합이라는 점에 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관련법의 해석 등을 종합해봤을 때 동성인 신청인들 사이의 합의를 혼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동성 간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의 결단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시대적 상황 등이 달라졌지만 별도의 입법 조치가 없는 한 현행법 해석만으로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성혼 소송 대리인단 한가람 변호사는 “1심 판결 내용 그대로, 똑같은 판단을 반복했다. 법원이 충분히 숙고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재항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씨 부부는 2013년 결혼식을 올린 뒤 그해 12월 10일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냈지만 구청은 ‘민법상 동성혼은 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혼인신고서를 돌려보냈다. 이들은 이듬해 서울서부지법에 서대문구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2년이 흐른 지난 5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김씨 부부는 “사법부가 대한민국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항고장을 제출했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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