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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국 코넬대에 울려퍼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록 2016-12-07 15:05수정 2016-12-07 20:58

코넬대 학생·교수 및 지역 한인들, 4회째 촛불집회
학생들 “9일 탄핵 가결돼 종강파티와 함께 축하했으면”
4일 저녁 6시(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코넬대에서 학생과 연구진, 지역 한인들이 함께 4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코넬대 한국인모임 제공
4일 저녁 6시(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코넬대에서 학생과 연구진, 지역 한인들이 함께 4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코넬대 한국인모임 제공
촛불은 타국에서도 뜨겁게 타오른다. 지난 3일 한국에서 ‘박근혜 퇴진 6차 촛불집회’가 열리던 시각, 미국 뉴욕주 코넬대학교에서도 4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작된 집회는 학교 연구진과 110여명이 가입된 이타카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참여해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이날 참가자는 모두 14명. 이들은 “질서 있는 퇴진=지금 당장 퇴진” “국회는 탄핵안 가결, 특검은 박근혜 구속” “탄핵 반대 국회의원들 우리가 기억할 겁니다” 등을 외쳤다. 주말마다 이어지고 있는 시위는 학보인 <코넬 데일리선>에도 실렸다. 이 학교에서 물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혜리(30)씨와 5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이씨는 집회 참가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까지 담아 답장을 보내왔다.

[한겨레] 타국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접하셨을텐데요, 어떤 마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나요.

이혜리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한국이 허상이라고 느껴졌어요.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한인들이 일구어놓은 한국에 대한 인상이 이번 일로 인해 무너져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원유나(33·철학 전공) 이 꼴을 보려고 내가 그 고생을 하며 투표를 했나 싶었습니다. 유학생들 그리고 재외국민들은 투표를 하려면 몇 달 전부터 재외국민부재자 등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외국민 투표 때를 맞춰 평일에 몇 시간씩 운전해서 영사관이나 공관 투표소를 찾아가 투표를 합니다. 저는 4년 전에는 대통령 선거를 하러 5시간 거리에 있는 뉴욕시까지 가고, 지난 총선에는 필라델피아까지 갔다 왔어요. 심지어 왕복 10시간 거리도 마다 않고 버스 타고 투표하고 오는 경우도 봤어요. 서울에서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까지 가서 투표하고 당일치기로 돌아오는 격이죠. 박·최 게이트를 보면서, 마음은 광화문에 달려가 100만, 200만 촛불 중 하나이고 싶은데, 멀리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종종 무력감이 들기도 하고, 한국 역사가 새로 쓰이는 이 시점에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김범준(44·직장인) 터질 것이 터졌다는 생각인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이 민주적으로 위임한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드러난 만큼 더 분노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몸은 외국에 있지만, 국민으로서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동참하고자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위로와 함께 희망을 봅니다.

[한겨레] 촛불집회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원유나 기본적으로는 한 시간 안팎의 손팻말 시위형식입니다. 매번 집회 때마다 저희가 작성한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서명인원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구호를 함께 외치며 자유발언 시간을 갖습니다. 발언 사이사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 노래도 부르고,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뉴스 등을 공유하며 이야기도 나눕니다.

촛불집회 내용을 공유하려고 ‘코넬 시국선언 2016’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여기를 누르면 해당 블로그를 볼 수 있다.
촛불집회 내용을 공유하려고 ‘코넬 시국선언 2016’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여기를 누르면 해당 블로그를 볼 수 있다.

[한겨레] 네 차례 집회에서 나온 자유발언들을 소개해주세요.

원유나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한 실망이 크게 분출됐습니다. 3차 담화 이후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이 불투명해지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불안감도 컸고요. 따라서 이미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반드시 가결돼야 하며, 탄핵안이 부결될 시에는 반대한 국회의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혹여나 가결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헌재 탄핵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진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도 특검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재외국민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인지를 놓고 질문과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한국의 촛불시위는 외신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임주현(28·생물학) 저희에게 무슨 일로 집회를 하는지 묻는 분들도 계셨고요. 주변 동료와 친구들은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이 어떤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몇몇 동료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현했어요. 한국에서의 집회 규모, 참석자 수, 사진과 영상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김범준 이타카는 뉴욕주에서 진보적인 타운에 속합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67%를 얻어서 뉴욕주에서 가장 높은 민주당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촛불시위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대체로 국민이 주권자로서 나서는 촛불시위를 지지하고, 많은 격려를 해줍니다. 평화적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응원도 합니다. 저희가 외국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것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열망이라며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겨레] 한국에선 탄핵 가결을 위해 ‘박근핵닷컴’ 청원, 국회의원들에게 문자 보내기 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곳만의 특별한 탄핵 지지 방식이 있나요.

원유나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저희들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탄핵 때까지 끈을 놓지 않고 담론을 이어가는 것 그리고 멀리서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한겨레] 앞으로 계획은요?

원유나 9일(미 동부시간)은 학기 마지막 집회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한 달 간 꾸준히 집회에서 만난 분들과는 정도 들었는데요. 이날 아침에 한국에서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고, 저녁에는 종강·탄핵 가결 축하 파티를 겸한 집회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겨레]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혜리 한국을 떠나 살아간다고 해서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먼 곳에서 고국의 촛불시위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정치에 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대한민국이 소수를 위한 나라가 아닌 시민을 위한 나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원유나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집회에 나가본 경험이 거의 없어 집회를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고 일단 시작을 했습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이해관계,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똑같이 비합리성과 부정의에 분노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우리 민주주의가 보편적으로 성숙한 증거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 경험이 우리 개개인에게 자랑스러운 경험이며, 부패와 부정의에 눈 감지 않는, 책임 있는 지성이 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4일 저녁 6시(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코넬대에서 학생과 연구진, 지역 한인들이 함께 4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코넬대 한국인모임 제공
4일 저녁 6시(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코넬대에서 학생과 연구진, 지역 한인들이 함께 4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코넬대 한국인모임 제공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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