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근 집행위원장 SNS에 글 올려
“방청 원했던 시민들께 죄송하다”
“방청 원했던 시민들께 죄송하다”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근방 100m 지점에 닿아 경찰 차벽 앞에서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종일 고민하다가 글을 씁니다. 저희들의 진심이 오해없이 잘 전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국회 본회의 방청...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민망하고 죄송하고 어색합니다.
어제(8일) 오후에 기사를 보고 저희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근혜 탄핵을 위한 국회 본회의 방청을 할 수 있었던 과정을 알았습니다.
사실 저희들도 박근혜 탄핵의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방청신청이 너무 많이 몰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던 차에 그저께(7일) 오후 박주민 의원실의 보좌관이 제게 전화해서 40명 방청이 가능한데 어떻게 하실거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이게 웬일이지 하면서 얼른 방청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후 기사를 보고 이게 더불어민주당에 배정된 40석을 모두 우리에게 준거라는걸 알게 됐습니다. 전체 좌석 중 일부만 우리에게 준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생각이 없었구나... 우리 때문에 다른 시민들이 그만큼 못들어가는구나... 그냥 탄핵사유에 "일곱시간"을 넣니 빼니 하는 논란이 계속 일다가 넣어서 밀어부치기로 결정하고, 그러한 뜻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우리를 부른 것으로만 생각했었거든요.
저희들을 먼저 배려해주신 더불어민주당에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동시에 방청을 원하셨던 시민들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생각이 짧았습니다. 대신 230만 촛불의 뜻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역사의 현장을 진중하게 지키겠습니다. 80개의 눈동자에 온국민의 염원을 담아 표결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레이저'를 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정치권으로부터 이런 선의의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지금 많이 어색합니다.
그리고 마치 특혜를 받는 것 같아 민망하고 걱정도 되고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죄송하고 또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글 올리는게 잘하는건지 잘못하는건지 아직도 판단이 안서지만 그래도 계속 마음이 불편해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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