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직전,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조대환 민정수석(변호사)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최순실씨 아버지인 최태민씨와 세월호 7시간을 모르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 민정수석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뒤, “이런! 일반 국민이라면 모두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라고 운을 뗐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수십년 간 관계를 맺어 오면서 상당기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사람이 (세월호 7시간을) 전혀 몰랐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세월호 7시간’과 박근혜 대통령 시술 의혹 등을 묻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본관, 비서동, 관저, 영빈관에 산재해 있어 사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도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른다. 부속실이나 알까”라며 “내가 관저에 가도 대통령의 침실인 안방에 들어가 본 적은 없다. 박 대통령이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난 대통령 말을 믿고 확신하고 있지만 사실 그걸 물어볼 수가 없었다. 여성 대통령이라. 그런 걸 묻는 건 결례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민정수석은 “뭐니 뭐니 해도 모르고 짓는 죄가 더욱 크나니. (세월호) 7시간 그때 당신(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대통령과 같이 있었다고 가정하자 세월호 침몰 및 구조와 관련하여 무엇이 달라졌을 것인가에 대해서 먼저 말해보세요”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조 민정수석은 다음날인 24일에도 김 전 비서실장의 인터뷰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뒤, “박근혜 대통령 당신 직후, ‘김용환 “새 정권의 기운에 최태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선 곤란하지요”’라고 적었다. 조 민정수석은 그러면서 “같은 7인회 멤버인데 김용환은 아는 것을 김기춘은 모른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월간조선>은 김 고문이 박 태통령에게 고 최태민씨에 관한 진언을 했다가 외면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막후세력으로 알려진 7인회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김용갑 전 한나라당 의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강창희 전 국회의장,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 수석부의장, 안병훈 기파랑 대표 등 친박 원로 7명을 가리킨다.
앞서 지난 9일, 박 대통령이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임명한 조 신임 민정수석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으로 세월호 특조위의 해체를 주장하다 사퇴했다. 검찰 출신인 조 신임수석은 사법연수원 13기로,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보를 지냈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국무총리와 탄핵심판을 맡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연수원 동기다. 2013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을 맡는 등 박 대통령과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조 민정수석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도 등장했다. 2014년 11월28일치에는 ‘세월호 진상조사위 17명-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정치지망생 好)’, ‘②석동현, ①조대환’이라고 적혀 있고, 메모대로 실제 부위원장이 됐다. 그는 특히 지난해 7월 특조위 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연히 존재하지도 않는 별개의 진상이 존재하는 양 떠벌리는 것은 혹세무민이며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 특조위는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근투쟁’을 벌이다 중도 사퇴한 바 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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