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스타트업 ‘와글’이 촛불민심을 대변할 ‘시민의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누가, 어떤 자격으로 시민을 대표하느냐’는 비난을 받고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정치 실험을 구현할 플랫폼 구상을 위해 지난해 창업한 와글은 지난 6일 “거대한 촛불의 바다가 주권자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용광로가 되도록 많은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런 시도들이 수렴되는 플랫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시민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연령, 학력, 성별 등에 관계없이 온라인으로 시민대표를 추천받은 뒤 온라인 투표를 통해 19일 시민대표단을 구성한다는 세부안도 내놨다.
누리꾼들은 온라인에 마련된 ‘시민의회를 위한 온라인 토론방’에 ‘완장질 하지마라’, ‘촛불이 이룩한 성과에 밥숟가락 얹지 마라’는 식의 비판적 의견을 쏟아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누리꾼은 “민의를 전달하는 방법은 이번 사건을 통해 충분히 배웠다. 굳이 한 다리 건너 민의를 전달한다는 시민의회라는 기구가 왜 필요한가”라고 따졌다. “이번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졌는데, 어떤 자격으로 시민대표를 자처하느냐”고 ‘대표성’에 의문을 던진 시민도 있었다.
당사자 동의 없이 이름과 사진을 후보군에 올린 점도 비판 받았다. 가수 이승환씨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시민대표 추천 후보에 제가 올라가 있던데 난감하다. 나를 명단에서 빼달라”며 “조심스럽게 개인적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온라인 투표를 통해 대표단을 뽑는 방식도 ‘온라인 인기투표'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와글은 11일 ‘시민의회 사이트 운영자가 드리는 글’을 통해 ‘시민의회 대표단 구성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와글은 “직접 민주주의 실천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담보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는 게 시민의회를 만들고자 한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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