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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촛불시민 61명 인터뷰 “희망을 봤다” “당장 내려오라”

등록 2016-12-11 19:38수정 2016-12-12 01:11

촛불 시민이 희망
한 사람 한 사람 힘모여 대통령 탄핵
정치와 경제 기득권 바꿀 기대 커져

박 대통령이 할 일
국민 요구는 이제 그만 물러나는 것
새 민정수석 보니 또 꼼수 부리려해
10일 촛불집회는 시민의 승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이자, 국민들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영하의 추위에도 전국에서 모인 100만명의 시민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무소불위 대통령을 끌어내렸다”며 자신감에 넘쳤고, 다 망가져버린 것 같은 민주주의를 시민의 힘으로 되살렸다는 점에 희망을 봤다고 했다.

<한겨레>가 만난 61명의 시민들 중에선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이 자리에 버티고 앉아 시간을 끄는 것이 나라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며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또 탄핵 이후 가장 중요한 일로 재벌과 정치권의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정치검찰을 개혁하는 것 등을 꼽았다.

“시민의 힘, 희망 봤다” 대학생인 김현인(24)씨는 “사실 우리나라 시민의식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촛불을 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모아서 정치도, 재벌도 바꿔갈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통령뿐 아니라) 기득권 모두가 썩은 상황에서 이것도 시민의 힘으로 바꿔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황미옥(37)씨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정말 시작이다. 특검과 헌법재판소 등 권력기관들이 제대로 할 일을 하게 하려면 국민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가 어지럽다. 당장 내려와라” 직장인 홍순관(49)씨는 물러나지 않고 헌재의 탄핵사건 심리에 임하겠다는 박 대통령에 대해 “퇴진을 안 하고 버티는 것이 더 혼란을 일으키는 상황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이 민의도 거스르고, 국회의 심판도 거스르고, 버티기로 일관할수록 국정 혼란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들이 이어졌다. 이재영(41)씨는 “(박 대통령)자기가 혼란을 만들어 놓고 국정혼란을 걱정하는 모습이 기가 막히다”고 지적했다. 촛불집회를 위해 전남 신안에서 배까지 타고 온 고지성(40)씨는 “어차피 공백은 어쩔 수 없다. 스스로 물러나는 게 국정 안정이다. 그래야 국민들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빨리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세차례 담화를 통해 ‘꼼수’를 보여온 만큼 시간을 주면 또 다른 ‘꼼수’를 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황미옥씨는 “지난 세차례 담화에서 지속적으로 어떻게든 법망을 피해가려고 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저대로 두면 또 어떤 모략을 꾸밀지 모른다. 탄핵 직후 조대환 민정수석을 앉힌 것만 봐도 그렇지 않냐”고 말했다. 엄민용(48)씨도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촛불집회 인원이 줄어들면 박 대통령과 보수세력이 또 다른 생각을 할까봐 걱정된다”며 “퇴진 요구가 여전하다는 걸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빨리 결정...황교안은 글쎄”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맡고 있다. 시민들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헌재에 조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한편, 황 총리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집회에 참석한 조현복(45)씨는 “최대 180일 안에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62일만에 하지 않았냐”며 “판단이 늦어질수록 혼란이 계속될 것이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서 올해 내로 판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김민재(27)씨는 “황교안 총리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부역자 아니냐”며 “황 총리가 대행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국민이 지지하는 이가 총리로 선출돼 대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거창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온 김신행(71)씨도 “황교안이 바른 말 한마디 못해서 나라가 이모양 이꼬라지가 된 것 아니냐”고 했고, 아들과 함께 나온 배춘환(40)씨도 “황 총리도 박근혜와 똑같이 막혀 있다. 여기 쳐져 있는 차벽 같다. 누구로 바꿔도 지금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보영(36)씨는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황 총리 체제로 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만 최소한의 역할만 해야 한다”고 했다.

“재벌 개혁 가장 시급…새누리 해체해야” 촛불 민심은 앞으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로 ‘정경유착 고리 끊기’를 꼽았다. 지난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선 재벌총수들이 비선실세와 어떻게 결탁해 국정 농단의 공범이 됐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직장인 송재호(39)씨는 “재벌들은 올 때까지 온 것 같다. 빈부격차는 더 극심해지고 있다”며 재벌 개혁을 주장했고 임수아(41)씨도 “재벌들이 가장 큰 악의 축이다. 그런데도 지금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질타했다. 광주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김명례(44)씨는 “잘 사는 사람만 더 잘 잘살게 되는 양극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재벌과 국가가 한통속이 돼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을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대통령 탄핵을 넘어 해묵은 적폐를 청산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박 대통령과 측근들이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하수인 노릇을 한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했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박경홍(53)씨는 “이번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새누리당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정당이다.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촛불 집회에 참석한 주부 김지현(41)씨도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해산해야 한다”며 “건강한 보수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투명·복지 원해” 이날 촛불집회에 나온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박종대(52)씨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유라, 장시호 같은 특권층의 행태가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제식(65)씨도 “최순실처럼 가진 사람들만 계속 더 갖고, 없는 사람들은 계속 못 갖게 되면 안된다. 경제정의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조현복씨는 “대통령의 행적을 마치 국가기밀처럼 이야기하면서 그 뒤에 숨어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었다”며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주부 김보영(36)씨도 “세월호 7시간 동안 뭘했는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알 수 없는 현실이 황당하고 답답하다”며 “대통령의 행적을 아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대통령 같은 고위공직자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승 김규남 박수지 방준호 신동명 정대하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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