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여의도 국회에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다. 지난주 청문회를 거치며 관심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날 3차 청문회 증인들을 통해 ‘세월호 7시간’의 베일이 벗겨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모습을 드러낸 증인들도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는 식의 답변들을 이어가자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바뀌어갔다.
직장인 고정임(50)씨는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으로 국회방송에 접속했다. 컴퓨터 앞에서 주로 일하는 그는 이어폰을 꽂고 청문회를 들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불법 시술 여부와 온갖 의료 특혜 등 언론 보도로 알려진 여러 의혹이 낱낱이 밝혀지길 바랬지만, 실망감이 컸다. 고씨는 “일부 의원들의 질문 방향도 명확하지 않고, 특히 증인으로 참석한 의료인들의 답변이 성실하지 않았다”며 “의료인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직업윤리도 책임감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과 대형 병원, 시외버스 터미널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티브이에서도 청문회 생중계가 흘러나왔다.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한 안과에서 일하는 박소현(27)씨는 환자들의 요구에 청문회 중계 방송을 틀어놨다. 박씨는 “오전에 50~60대 환자들이 몰리는데, 대기 중에도 청문회를 보고싶어 하는 환자들이 있어 중계방송 채널을 고정해놨다”고 했다. 틈틈이 청문회를 지켜본 박씨는 “국민들이 지켜보는데 증인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기억이 없다고 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위증하는 증인들한테 처벌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증인들의 양심선언이다. 단원고 희생자 고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는 “박 대통령은 국민의 심판을 받아 탄핵 당한 상태고 헌재 결정만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증인들이 양심 선언을 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랐는데 제대로 된 증언하는 사람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 몇몇 세월호 유가족도 방청석에 앉아 청문회를 지켜봤다.
국조특위는 이날 오전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회 직원 4명은 이후 청와대 면회실에 가서 접견신청을 했으나 두 사람 모두 구내 전화를 안 받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위들이 계속 전화통화를 시도하자, 이후 두 행정관이 속한 부서 직원이 면회실로 전화를 걸어와 “두 사람은 현재 연가중”이라고 답했다고 박범계 위원(더불어민주당)이 밝혔다.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두 행정관 개인은 물론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고의로 회피 내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청와대의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박수진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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