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 엘사처럼 끔찍한 일에서 벗어나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공기관인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이헌 이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을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에 비유하는 글을 올렸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했던 이 이사장은 “세월호 7시간이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것은 매우 부적합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공공기관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이사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의혹 제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조선일보> 칼럼 ‘속옷까지 들추는 저속한 대한민국’의 링크를 게시하며 “저는 겨울왕국 엘사를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엘사처럼 끔찍한 일에서 벗어나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촛불민심을 담은 탄핵가결 이후 세월호 당시 기레기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개탄합니다”라고 올렸다.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사실관계가 조금씩 드러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보도를 ‘기레기’라고 치부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8일엔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이 포함된 것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세월호 7시간이 세월호 침몰이나 희생자 사망과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탄핵소추안에 포함하는 것은 매우 부적법한 일이고, 탄핵심판 심리기일만 지연되는 등 무익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일에 올린 글에선 “세월호특조위 부위원장을 지낸 입장에서 세월호 7시간에 관해 대통령이 희생자의 죽음에 어떠한 법적 책임이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세월호의 침몰 후에는 구조할 인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없었는데도, 누군가가 불순한 목적으로 골든타임이 있다는 식의 허위주장을 하였고, 대통령과 유가족 이외에도 국민도 기망하였다고 추론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런 이 이사장의 페이스북 게시물들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전체공개’로 설정돼있다.
이 이사장은 세월호특조위 부위원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11월 “세월호특조위가 박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조사를 개시하면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사퇴 의사를 밝힌 기자회견 당일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브이아이피(VIP·대통령을 지칭) 조사 땐 위원직 사퇴”라는 시나리오가 포함된 문건이 공개돼, 해양수산부와 정부의 지침에 따라 특조위 위원들이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 기자회견 이후 나흘 뒤 특조위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아 조사를 개시하자, 다른 여당추천위원들은 사퇴했으나 이 이사장은 사퇴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월 “특조위가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부위원장에서 사퇴한 뒤 지난 5월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보수법률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모임’(시변)에서 활동해왔던 이 이사장은 <한겨레>가 입수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비망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4년 9월 정부의 전국교직원노조의 법외노조화 통보 이후 서울고법이 전교조가 낸 정부의 처분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그즈음인 9월30일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에는 ‘전교조 결정 관련 - 단체 탄원서 대법원 제출’이라 적혀있고 바로 밑에 ‘이헌 변(호사) - 기고’라고 적혀있다. 다음날인 10월1일 <동아일보>에는 이 이사장의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항소심 결정 유감’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 7월7일치엔 “보수법률 단체 활용 ; 헌변·시변 커넥션 확보토록”이라는 말이 적혀있기도 하다.
이 이사장은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장으로서 침묵하는 게 옳은지 내 나름대로 말을 해서 쓸데없는 논란을 없애는데 기여하는 게 옳은지 고민 끝에 의견을 피력하게 됐다”며 “세월호 7시간 관련 내용이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관련 언론 기고에 대해서도 “<동아일보> 쪽에서 요청이 들어와 기고했을 뿐이지 청와대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고 상관할 바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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