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8차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극우단체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극우단체 회원들이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박수지 기자
전국에서 77만 촛불이 타오른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맞불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도 할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빨갱이·종북 척결’을 주장하거나, ‘박 대통령이 불쌍하다’, ‘검찰 수사 끝나고 법적 처벌을 받아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 모두 한목소리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다.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 숭모회’ 등 50여개 극우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헌법재판소가 지척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박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엄마 부대 봉사단 등 다른 극우단체들도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로 소공원에서 탄핵안을 의결한 국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쪽은 참가자를 연인원 100만명, 경찰은 일시점 최대 인원 3만3000명으로 추산했다. 참여자 중 일부는 ‘박 대통령에게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야당 대선주자들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거나 ‘개헌이 답’이라는 논리를 폈다. 충남에서 왔다는 김아무개(80)씨는 “박 대통령이 인사를 잘못한 단점이 있지만, 그보다 더 자질 없는 박원순, 문재인 같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될까봐 막으러 나왔다”며 “나라 전체가 촛불로 뒤덮이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했다. 이아무개(50)씨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다 비슷하다. 차라리 개헌을 해서 누가 되든 잘못을 덜 저지르도록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양아무개(66)씨는 “대통령 잘못은 법대로 수사하고, 법원 판결에 따라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 사람들이 떼를 부려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다”고 비판했다.
‘모두 다 빨갱이’라는 극단적 색깔론이나, ‘부모를 국가에 바치고 최씨 일가 꼬임에 넘어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동정론을 드는 이들도 있었다. 한 70대 남성은 “헌법재판소에서 판결하면 안 된다. 헌재는 죄다 빨갱이들판이다. 김정은이 시기만 되면 남남갈등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이것도 그 일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를 표방한 이날 이들의 집회 현장 주변에선 쓰레기통에 태극기가 찢어져 버려지거나, 도로에 나뒹굴다 자동차에 밟히는 것이 목격됐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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