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형사소송법 준용해야”
증거 하나하나 따져 탄핵심판 지연 의도 비판
신속한 결정 위해서는 민사소송법 등 참조해야
증거 하나하나 따져 탄핵심판 지연 의도 비판
신속한 결정 위해서는 민사소송법 등 참조해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지연 전략’에 대비해 형사소송법 준용 범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증거조사 등이 오래 걸리는 형사소송절차를 고집하지 않고 민사소송절차를 혼용하거나 별도의 절차를 정하면 신속한 탄핵심판이 가능하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법에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라는 단서가 있어 꼭 형사소송법만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형사소송법의 절차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헌재는 2014년 2월 통합진보당의 헌재 재판 절차에 대한 위헌소송을 기각하면서 “헌재가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그 준용을 배제할 수 있다”며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재의 고유 권한에 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 관계자도 “준용은 그대로 가져다 쓴다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변용한다는 뜻”이라며 “반드시 형사소송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헌재가 탄핵심판의 증거를 엄격하게 조사하는 형사소송법 준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박 대통령의 대리인들은 헌재에 낸 답변서에서 “탄핵소추 절차에서도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고, 대통령인 피청구인에 대하여서는 더욱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은 검사의 증거에 변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신문이나 검증절차 등을 거쳐 일일이 입증해야 하지만 민사재판은 일단 제출된 증거는 특별히 조작되지 않은 이상 바로 증거로서 능력을 갖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탄핵심판이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면 최순실씨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정호성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등 핵심 증거에 박 대통령 쪽이 부동의하면 당사자들을 모두 불러 증인신문을 해야 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심판은 사실관계를 밝히는 형사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민사소송법 등을 참고해 헌법재판의 성질에 맞는 적합한 증거조사의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19일 국회와 박 대통령의 대리인이 제출한 준비절차 의견서를 검토한 뒤 이르면 이번주께 쟁점 등을 정리할 준비절차를 열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은 이날 국회의 답변서 공개가 형사소송법 제47조 소송서류의 비공개 조항을 위반했다며 헌재에 이를 제지해달라는 소송지휘요청서를 제출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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