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기내난동 제압한 팝 가수에 관심
항공사·승무원 위기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도
“승객 결박했다 징계받을까봐 그럴 수밖에”
지난 20일 대한항공 480편에 탑승했던 리차드 막스가 기내 난동승객과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리차드 막스 페이스북 갈무리
1990년대 ‘팝 발라드의 황제’ 리차드 막스(53)가 대한항공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을 승무원들과 함께 제압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리차드 막스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오전 리차드 막스의 이름은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는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인기를 끈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다. 국내에서는 그의 대표곡인 ‘나우 앤 포에버’, ‘라이트 히어 웨이팅’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막스는 1992년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베스트 어덜트 콘템포러리 송(Best Adult Contemporary Song)’ 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제46회 미국 그래미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서울에서 21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고 한국 팬을 만났다.
앞서 리차드 막스는 지난 20일 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승객이 4시간 동안 승무원과 다른 탑승객들을 공격했다”며 당시 상황이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이 탑승한 대한항공 480편을 언급하며 “모든 여성 승무원들은 이 사이코를 어떻게 제지해야 할지 전혀 몰랐고 교육도 받지 못했다. 나와 다른 남자 승객들이 나서 난동승객을 제압해야 했다”며 승무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또 “나와 아내는 괜찮지만, 승무원 1명과 승객 2명이 다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여자 승무원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모습 등 난동을 부리는 남자 승객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남자 승객을 뒤에서 제지하는 막스의 모습과 그가 직접 포승줄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당시의 긴박함을 전해준다. 또 한 여자 승무원이 난동승객을 향해 테이저건을 겨누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리차드 막스의 아내 데이지 푸엔테스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승무원을 질타하는 내용을 올리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우리는 대한항공 480편에서의 지난 4시간 동안의 위험하고 무방비한 이 사건의 비디오를 가지고 있다. 승무원들은 완전히 미숙했고,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훈련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소식이 화제가 되자 리차드 막스는 다시 글을 올려 “나와 아내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전혀 ‘영웅’ 같은 일은 아니다. 그 상황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일을 한 것뿐”이라고 전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대한항공 480편을 탑승한 리처드 막스와 유명 비디오자키(VJ)인 아내 데이지 푸엔테스는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해 미국 로스앤젤로스로 향하던 중 이런 난동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이래서 승무원은 경력 많은 노련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 “저 난동을 제대로 못 막은 것도 한국 특유의 손님의 갑질을 용인하는 서비스업 문화 때문”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언급하며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일등석 승객이 난동을 부린다고 즉시 결박했다가는 땅콩을 까주지 않아서 화를 낼만 했다고 징계를 받을 테니”라며 대한항공의 위기 대처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21일 대한항공은 “기내 난동 상황에 테이저건을 준비했으나 주변 승객들이 가까이 있어 실제 사용할 수 없었으며 포승줄을 이용해 결박하였다”며 승무원의 미숙한 대처 지적에 “매년 기내 난동 승객 제압 및 처리절차에 대한 연례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