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삼성 이재용 독대한 날
안 수석 업무수첩에 적힌 걸로 드러나
김종 차관 “GKL에 후원 압력 넣으라고…
대통령이 지시해서 거절할 수 없었다”
안 수석 업무수첩에 적힌 걸로 드러나
김종 차관 “GKL에 후원 압력 넣으라고…
대통령이 지시해서 거절할 수 없었다”
29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에서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 메모는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한 날 작성돼, 이 부회장도 삼성의 지원 내용을 알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장시호씨 운영 스포츠재단에 공기업이 후원하도록 문화체육관광부가 압력을 넣은 것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는 진술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오전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변호인 조성환 변호사는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2015년) 7월25일 작성된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메모 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제일기획 김재열, 메달리스트 지원’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적혀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해당 메모가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 언급된 지난해 7월25일은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한 날이라서 이 부회장 또한 삼성의 장씨 쪽 지원 내용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해, 삼성전자가 장씨 운영 재단에 16억여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변호사는 또 “한국관광공사 산하 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장씨 운영 재단에 2억원을 후원하도록 김 전 차관이 종용한 것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어서 거절할 수 없었다. 사회공헌 재단 후원 요구가 직권남용인지는 법리 검토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공무상 비밀 문서를 최순실씨에게 넘긴 혐의를 받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차기환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지난 1차 기일과 달리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를 부인하며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과 공모 사실을 검찰 조사 때 인정했다”는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대통령이 문서 유출을 지시했다면 정 전 비서관의 양형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텐데 그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봐서 정 전 비서관 쪽이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전략을 새로 짠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또 삼성의 장시호씨 운영 재단 후원과 관련해 김종 전 차관과 최순실씨의 주장이 엇갈려 눈길을 끌었다. 최씨 쪽 변호인은 “김 전 차관에게 영제센터 후원할 곳을 알아봐달라 부탁한 것일 뿐 삼성을 특정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김 전 차관 쪽은 “그런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 사건의 첫 공판은 다음달 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허재현 현소은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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