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이었던 12월 31일 밤,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에선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인양을 기원하는 노란색 풍등이 까만 하늘 속으로 날려졌다. 사진/4.16연대 페이스북
1일 새벽, 전라남도 진도군 동거차도 산꼭대기 막사에 차례상이 차려졌다. 미수습자 숫자에 맞춰 떡국 9그릇이 차례상에 올려졌다. 생전에 아이들이 좋아하던 피자와 치킨도 빠지지 않았다. 차례상에 절을 하고 일어선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시민 30여명의 눈시울이 붉었다.
차례를 마친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진도 앞바다를 향해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이상 단원고 학생)·고창석·양승진(이상 단원고 교사)·권재근·권혁규·이영숙(이상 일반인 미수습자), 어서 돌아오세요!” 전날 밤 가족들이 날려 보낸 노란 풍등이 사라져 간 까만 하늘 저편에서 새해 첫 빛줄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차례를 마친 유가족들은 ‘새해 기원문’을 한목소리로 읽었다. “촛불 항쟁에 나서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7년은 국민의 힘으로 세월호 인양과 진상 규명을 실현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수사하고 박근혜와 공범 세력들을 전원 처벌해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1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31일 10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4160그릇의 카레밥을 나눴다. 사진/4.16연대 페이스북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이자, 단원고 희생자인 고 정동수군 아버지 정성욱씨는 “세월호가 인양돼 미수습자와 희생자의 마지막 유품, 희생자의 신체 일부도 다 찾아서 다 같이 보내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새해 소망을 밝혔다. 전날부터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인들도 제 정신차려야 할 것 같다. 세월호 참사 2년이 지나면서 세월호 진상 규명과 인양에 소극적이었던 게 죄송스러웠다”면서 “새해엔 나쁜 사람들은 죗값을 치르고 깨끗하게 대청소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남은 다른 세월호 유가족들은 한 해 동안 진상 규명 요구에 힘을 모아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따뜻한 밥을 대접했다. 유가족과 4·16연대 등 1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은 시민들이 행진을 마칠 즈음인 31일 밤 10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통인동 커피공방 앞에 ‘심야식당'을 열고, 4160그릇의 카레밥을 시민들에게 나눴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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