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부분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최순실씨가 고른 대통령의 옷값을 대통령이 지불했다고 또렷하게 진술해 의문을 낳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의 옷값을 최순실씨가 냈다고 진술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증언과도 배치돼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윤 행정관 진술의 모순을 지적했다.
윤 행정관은 5일 오후 3시 박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상을 넘겨받을 때 직원이나 책임자에게 의상 대금을 직접 지불했느냐”는 국회 대리인의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윤 행정관은 “매번은 아니고 몇 번 정도 한 것 같다”며 “(대금은) 피청구인이 직접 제게 주었다”고 말했다. “카드를 받았는지 현금으로 받았는지”를 묻는 국회 대리인의 질문에 윤 행정관은 “현금으로 받은 것 같다. 봉투를 주셨다. 노란 일반 조그만 서류봉투였던 거 같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는 “내용을 확인한 적이 없다”면서도 “당연히 돈이겠거니 생각했다. 돈이 얼마 들었는지 확인한 적 없다”고도 밝혔다. 현금 영수증은 발행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순실이 운영한 박근혜 대통령 의상실 시시티브이(CCTV)에 찍힌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방송 갈무리
이날 모든 질문에 “모른다”, “잘 알지 못한다”, “말하기 곤란하다”며 모르쇠 전략을 펼쳤던 윤 행정관은 유독 옷값 부분만 적극적으로 설명에 나섰다.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의원도 “다른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돈 준 부분은 왜 그렇게 잘 기억하느냐”고 꼬집을 정도였다. 권 의원은 직접 윤 행정관에게 “전달 시점이 언제냐”, “매번 의상 대금을 대통령이 주었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행정관은 “최근에 했고, 횟수와 기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헌재 재판관도 윤 행정관이 설명한 대금 지급 경위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의상 담당인 윤 행정관이 아닌 제3자로부터 옷값이 얼마인지 들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정미 재판관은 윤 행정관에게 “통상 절차라면, 비서가 옷대금이 얼마인지 알아서 대통령에게 말할텐데, (윤 행정관 말대로라면) 의상 업무를 주로 본 증인이 아니라 대통령이 다른 누군가로부터 옷값이 얼마인지 전달받은 것 아닌가. 이건 통상 절차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윤 행정관은 이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고 “모르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나 고영태 전 이사는 지난해 12월7일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윤 행정관과 정반대의 답변을 내놨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방과 옷 100여벌을 만들어줬다고 했는데, 옷과 가방 비용을 모두 최순실씨로부터 받았느냐”고 고 전 이사에게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고씨는 “최씨가 본인 지갑에서 돈을 줬고, 영수증을 주면 거기에 맞게 계산해 줬다. 최씨 개인 돈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옷값을 누가 냈는지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와 깊은 연관이 있다. 박 대통령이 냈다면 문제 되지 않지만, 최씨가 옷값 등을 대신 내고 박 대통령이 플레이그라운드 등 최씨 소유 회사에 이권을 챙겨줬다면 뇌물죄의 일종인 수뢰 후 부정처사(형법 131조)에 해당될 수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옷값 정산 여부를 수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해, 박영수 특별검사가 현재 수사 중이다.
김민경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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