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3차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01611.29. 청와대사진기자단 = 경향신문 서성일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석명 요구에 시간을 끌다 참사 1000일이 지난 10일 답변서를 제출했으나 기존 입장의 반복에 그쳤다. 이진성 헌재 재판관도 답변서가 부실하다며 “본인 기억을 살려 다시 제출하라”고 박 대통령 쪽에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 당일 “정상 근무하면서 피해자 구조와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 쪽은 “2014년 4월16일은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이었고 신체 컨디션도 좋지 않았기에 관저 집무실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했다”며 “평소처럼 기상하여 아침 식사를 한 후 관저 집무실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역시 공식 일정이 없을 때의 평소와 다름없이 집무실에서 그간 밀렸던 각종 보고서를 검토했고 이메일, 팩스, 인편으로 전달된 보고를 받거나 전화로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쪽은 시간대별로 세월호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대면 보고는 참사 당일 오전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과 점심식사 후 즈음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두 차례뿐이었다. 그 외에는 문서로 보고받고, 전화로 지시한 데 그쳤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오후 3시35분께 미용 담당자가 들어와서 머리를 20분간 손질했다. 미용 담당자는 이날 오후 3시22분~4시24분까지 청와대에 체류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쪽은 “그날 관저 출입은 당일 오전 피청구인의 구강 부분에 필요한 약(가글액)을 가져온 간호장교(신보라 대위)와 외부인사로 중대본 방문 직전 들어왔던 미용 담당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늑장 대응’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 대리인들은 답변서에서도 전원 구조 오보와 경호 탓을 했다. 박 대통령 쪽은 “인명 구조를 위해 수시로 보고받고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잘못된 보고와 언론의 오보가 겹쳐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며 “국가안보실장이 오후 2시50분경 승객 대부분이 구조되었다는 보고가 잘못되었고 인명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를 받고서 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지시했으나 경호 준비 등 때문에 오후 5시15분경 중대본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당일 관저에서 근무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관저 집무실은 공식적인 집무실”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쪽은 “이 집무실은 역대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빈번하게 이용해 온 사무공간으로 책상과 컴퓨터, 서류철로 가득하며, 대통령이 각종 보고를 받고 업무 지시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지난해 12월22일 2차 준비절차에서 “문제의 7시간 동안 청와대 어느 곳에 위치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았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남김없이 밝혀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약 20일이 지나 박 대통령 쪽이 제출한 답변서에 대해서도 헌재는 재차 보충을 요구했다.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기억을 살려서 피청구인이 당일 한 행적에 대해 밝히라는 것이었다”며 “오늘 답변서는 그에 못 미쳐 부족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통화기록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년간담회 등 그간에 나온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며 “새롭지 않은 내용을 뒤늦게 제출한 것은 여러 사람의 입을 맞추고 충돌되지 않게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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