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4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이 청와대 재임 때 작성한 업무수첩을 재판의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검찰이 “대통령이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11일 열린 최순실,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안 전 수석 쪽 변호인인 홍용건 변호사는 “(수첩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다. 예비적으로는 (다이어리에 적힌) 내용을 부인하는 취지”라며 업무수첩 사본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씨 등을 기소하면서 정호성 전 비서관의 통화 녹음 파일, 최씨 소유의 태블릿 피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핵심증거로 삼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기록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박 대통령의 공범 여부를 입증할 증거로 여겨져 왔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재판에 출석한 검사는 “자신(안종범)이 직접 펜을 들고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아적은 수첩에 대해 자기가 직접 기재했음을 부인하는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어제 헌재에 안종범,최순실,정호성 등이 고의적으로 불출석한 사정 감안하면 목적은 하나로 보인다. 안 전 수석과 변호인들은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법정과 탄핵 심판에 제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과연 이게 안 전 수석 본인만의 판단에 따른 주장일까. 주장의 배후에는 대통령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재판에 제출된 물적 증거는 증거로서의 신빙성이나 객관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 법원은 증거조사를 거쳐 이 증거의 능력 여부를 따진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피고인 쪽이 부동의하면 증거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찰의 몫으로 넘어간다. 법정에서 안 전 수석에 대한 신문을 통해 최대한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을 훼손하려는 피고인 쪽의 전략으로 읽힌다. 최종 증거 채택여부는 재판장이 하게 된다.
현소은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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