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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들어와 책읽다 가세요” 주인 없는 연남동 ‘무인서점’

등록 2017-01-11 17:56수정 2017-01-11 22:39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사진 ‘무인서점’ 제공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사진 ‘무인서점’ 제공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 골목길에 수상한 서점이 들어섰다. 26.44㎡(8평) 남짓한 이 작은 서점에 들어서면 고요한 침묵이 손님을 맞는다. ‘어서오세요’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도, 직원도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은 모바일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열정에 기름붓기’(열기)가 운영하는 ‘무인서점’. 아늑한 의자와 테이블 10여개가 전부인 이 곳은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책을 사고 자유롭게 읽으며 쉬었다 갈 수 있다.

일반 서점과 다르게 이 서점은 세 종류의 책만 판매한다. ‘열기’ 직원들이 타인에 권하고 싶은 책 세 권을 ‘이달의 책’으로 선정해 소개한다. 이번 달엔 <지적자본론>, <호밀밭의 파수꾼>, <어느 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가 선정됐다. 서점을 지키는 직원이 없다 보니 계산은 손님의 양심에 맡긴다. 서점에 비치된 ‘돈통’에 책값을 넣고 거스름돈을 집어가면 된다. 하루 평균 30여명의 사람들이 서점에 들리지만 지금까지 도난 사고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무인서점’ 제공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무인서점’ 제공
지난해 12월 서점을 연 ‘열기’ 이재선(27) 대표는 “책을 안 읽는 사람이 서점에 가면 책 고르기도 어렵고 시끄러운 공간에서 책 읽는 것 자체도 낯설다. 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무인서점 운영 취지를 설명했다. 2030대 청년 5명이 창업한 스타트업 ‘열기’는 모바일 콘텐츠 제작업체로, 책이나 기업을 홍보하는 네이티브 광고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있다. 이 수익금 일부를 서점 운영에 보태고 있다.

무인서점이 ‘이달의 책’으로 선정한  <지적자본론>, <호밀밭의 파수꾼>, <어느 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 옆에 놓인 ‘돈통’에 책값을 넣으면 된다. 고한솔 기자
무인서점이 ‘이달의 책’으로 선정한 <지적자본론>, <호밀밭의 파수꾼>, <어느 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 옆에 놓인 ‘돈통’에 책값을 넣으면 된다. 고한솔 기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사진 고한솔 기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사진 고한솔 기자

무인서점은 동네 청년들의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10일 서점을 방문한 대학생 김한빈(23)씨는 “근처에 자취방에서 살고 있는데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잠깐 쉬었다 간다. 가끔 혼자 숨을 돌리고 싶을 때 들리곤 한다”고 말했다. 서점에 비치된 방명록엔 무인서점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청년들의 글이 가득하다. “삼실(회사 사무실)이 너무 갑갑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걷다가 ‘마음껏 보다 가세요’ 말이 저를 이곳에 들어오게 했어요. 회사생활에 지칠 때 또 올게요.” “스스로의 나약함에 슬퍼하던 중 이런 따뜻한 곳을 만나 힘을 얻고 갑니다.”

무인서점은 앞으로 소규모 콘서트, 그림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이 대표는 “주변을 둘러보면 일할 땐 쉬는 시간 없이 일만 하다가 스트레스받아 지치면 다 놔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일과 쉼이 극단적인 사회에서 무인서점이 일상에 쉼표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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