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검찰 압수수색 때 번호 1개 삭제
“대통령 전화번호 아니냐” 는 질문은 부정
“조작하다 실수로 지웠다”는 주장만 반복
정호성도 대포폰으로 대통령·최순실 연락
“대통령 전화번호 아니냐” 는 질문은 부정
“조작하다 실수로 지웠다”는 주장만 반복
정호성도 대포폰으로 대통령·최순실 연락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업무용 휴대전화외에 제3자 명의의 ‘대포폰’을 만들어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과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행정관도 정 전 비서관처럼 공식기록이 남지 않는 불법전화로 대통령과 연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12일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이영선 행정관은 “경호 안전 관련 전공자라서 국가원수는 도·감청 위협을 안고 있다고 인지해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보안상 마련했다”며 대포폰의 존재를 인정했다. 이 행정관은 “지난해 10월29일 무렵 압수수색 때 차명폰을 검찰에 넘기기 직전에 010-9973-0459 연락처를 삭제했느냐”고 묻는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에게 “조작하다 실수로 지워졌다”고 답했다. “실수가 맞느냐”고 재차 묻자 이 행정관은 “(검찰이) 풀어달라고 얘기해서 풀어줄 때 굉장히 떨리고 긴장돼서 손을 떨어 조작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행정관은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전화번호가 아니냐”는 질문에 한참을 답변하지 않다가 “전화기에 그 번호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행정관은 “차명폰으로 대통령과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번호는 현재는 연결이 차단돼 있다.
이 행정관은 대포폰으로 정 전 비서관에게 2013년 2달 동안 매주 주말 “최선생님 들어가십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정미 재판관은 “문자를 보면 최씨를 태우고 (청와대에)간 적이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으나, 이 행정관은 “(최씨를 청와대에 데리고 왔는지 여부는) 업무 특성상 말씀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고집했다. 이 외에도 이 행정관은 최씨에게 대포폰으로 ‘한방실, 부속사무실, 카니발 차량 모두 찾아봤는데 전화기 없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또 대포폰에는 ‘지금 들어가십니다’, ‘홍부장님 들어가 대장님 보고 계십니다’, ‘채혈한 것 내일 잘 챙기겠습니다’, ‘기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등의 문자메시지도 남아있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정 전 비서관의 대포폰에는 박 대통령, 최순실씨,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이영선·윤전추 청와대 행정관과의 통화 내역이 담겨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내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기에는 찜찜한 면이 있었다”며 3대의 대포폰을 사용해 최씨 등과 통화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공무원인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과 다른 청와대 공무원들과 공식업무 시간에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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