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의 대형 서적 유통업체인 송인서적 부도로 중소 출판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13일 오후 경기 파주시 송인서적 앞에 책이 쌓여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출판도매회사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위기에 처한 소규모 출판사들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땡땡책협동조합’(땡땡책)의 전유미 활동가는 지난 9일 책을 포장하느라 하루 종일 분주했다. ‘십시일반 지름신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시민들의 연락이 쏟아진 덕이다. 이 프로젝트는 땡땡책 조합원인 출판사 가운데 지난 3일 송인서적 부도로 피해를 보고 있는 출판사들의 책을 한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는 기획이다. 땡땡책은 독서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책을 출판·판매하는 협동조합이다.
땡땡책의 조합원 출판사 34곳 중 18곳이 송인서적 부도로 손해를 입었다. 모두 직원 1~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출판사로,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만 3억원이 넘는다. 대규모 출판사들은 도매상을 다원화하거나 대형 서점과 직거래하는 비중이 큰 탓에, 이번 송인서적 사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작은 출판사에게 돌아가고 있다. 전씨는 “출판사들은 현재 현금을 확보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일종의 재난 상황에 빠진 작은 출판사들을 돕기 위해서 긴급구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일주일 만에 100여명이 참여했다.
대학로에 있는 이음책방은 중소형 출판사 책을 ‘현금으로 비싸게’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송인서적으로 유통을 단일화해온 출판사의 책을 송인서적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현금 구매할 계획이다. “양질의 책을 내는 좋은 출판사가 살아야, 서점도 살고 독자도 산다”는 것이 책방지기 조진석씨의 생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책 구매를 독려하는 목소리들이 오가고 있다. 최성문 작가는 ‘1인 출판사를 응원합니다’ 온라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최씨는 소규모 출판사 두 곳에서 출간한 책을 홍보하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한 후 응원 댓글을 다는 사람 32명에게 무료로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1인 출판사인 유유출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조용히 유유를 응원하던 사람입니다. 책 어김없이 구매할게요” “유유책을 비롯해 더 많은 책을 동네 서점에서 사야겠어요” 같은 독자들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이 출판사가 출간한 책 <소설의 첫 문장 : 다시 사는 삶을 위하여>를 최근 구매했다는 회사원 최현진(31)씨는 “작은 출판사는 대중적이진 않아도 개성있고 흥미있는 책들을 많이 내놓는다. 책 한 권이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응원할 방법이 이것뿐이라 기꺼이 책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유유출판사 조성웅 대표는 “이전과 다르게 판매량이 적었던 책들의 구매량도 늘고 있다”며 “힘들지만 독자들의 응원이 현 사태를 이겨나가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고한솔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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