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원 스님의 영결식에서 송경동 시인이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허승 기자
“스님에게 부처는 민중이었습니다.”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불사른 고 정원 스님(속명 서용원·64)의 영결식이 1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박근혜 정권 퇴진 국민비상행동’(퇴진행동)과 범불교시국회의가 공동으로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축이 돼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 정원스님의 장례에는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는 한파 속에서도 스님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많은 불교계 인사와 시민들이 참여했다. 장례 명칭은 ‘민주 정의 평화의 수행자 정원스님 시민사회장’이다.
오전 11시30분 스님이 안치됐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불교식으로 발인한 뒤 장례 행렬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이동해 노제를 치렀고, 다시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으로 이동해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장례 행렬은 영결식을 치르기 위해 정원 스님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광화문 열린시민공원까지 행진했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기 위해 올라온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얼마나 간절하셨던 것입니까. 제 몸을 불살라 부처님께 바치는 소신공양까지 했습니다. 촛불은 당신을 기억할 것”이라며 “재벌 총수 구속하라. 박근혜 구속하라. 졸속 위안부 합의 파기하라. 세월호 진실 인양하라. 백남기 학살과 세월호 학살 책임자를 처벌하라. 그 세력을 우리가 기필코 단죄하자. 정원 스님의 희생을 되새기자”고 강조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도철 스님은 “정원 스님이 모셨던 부처는 민중이었다. 억압받고 고통받는 민중들이었다”며 “스님의 화두는 적폐를 청산하는 처절함이었다. 스님의 소신공양이 박근혜 정권의 아집과 거짓, 어리석음을 멈추게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통탄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지민주의 추모 노래와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로 영결식은 절정을 이루고, 헌화와 염불을 끝으로 영결식은 끝났다. 정원 스님은 벽제화장터에서 화장된 뒤 서울 종로구 구기동 금선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정원 스님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지난 7일 열린 새해 첫 촛불집회에서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나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박근혜는 내란 사범, 한·일 협정 매국질 즉각 손떼고 물러나라” 등의 글을 남기고 자신의 몸에 휘발성 액체를 끼얹어 불을 붙였다. 스님은 심한 화상을 입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이 된 지난 9일 입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14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고 정원스님의 시민사회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허승 기자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정원스님 영결식에서 참가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허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