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사면 청탁 드러난 에스케이·씨제이
검찰 수사 무마 의혹 롯데 등 물망에
검찰 수사 무마 의혹 롯데 등 물망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해 16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다른 기업들로 뇌물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쪽에 구체적인 청탁 정황이 드러난 에스케이(SK)와 롯데, 씨제이(CJ) 등이 차기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삼성 외) 에스케이와 씨제이 등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앞으로 수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케이, 롯데, 씨제이 등은 ‘총수 사면’과 ‘검찰 수사 무마’ 등 기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최씨 쪽에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에스케이는 2015년 8월 이뤄진 최 회장의 사면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특검의 유력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사면 직후 46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2015년 말부터 박 대통령 주도로 설립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모두 111억원을 냈다.
지난해 8월 기업인 중 유일하게 특별사면을 받은 이재현 씨제이 회장도 사면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청탁한 정황이 최근 새로 드러났다. 손경식 회장이 박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이 회장의 사면을 청탁했고, 2015년 말 작성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이재현 회장 도울 일 생길 수 있음’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기도 하다. 씨제이는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에는 13억원의 비교적 적은 돈을 냈지만, 경기 고양에 1조4000억원대로 추진되는 ‘케이컬처밸리’ 사업을 맡는 등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에 적극 협조했다.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롯데는 지난해 5월말 케이스포츠재단이 추진하는 경기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사업에 추가로 70억원을 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기 하루 전날 전액 돌려받았다. 특검은 롯데 쪽이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최씨 쪽에 거액을 지원했다가, 일이 틀어지자 돌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 측근이었던 고영태씨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5월쯤) 최순실씨가 ‘롯데 상황이 악화되어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엉겨 붙을 수 있다’며 돌려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 기업 외에도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하며 최씨 쪽과 80억원 지원을 논의한 부영그룹도 수사 대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당분간 이들 서너 개 기업에 한정해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미르, 케이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 50여곳을 모두 수사 대상으로 삼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 한 특검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기업 수사가 아닌 뇌물 수사”라며 “개별 기업별로 대가 관계를 따져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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