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공판이 열린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최서원(최순실)씨와 김종(왼쪽) 전 차관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은 청와대와 삼성이 직접 소통해 처리한 일”이라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이는 김 전 차관이 자신의 강요 혐의를 부인하고자 꺼낸 말이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시각인 ‘삼성의 뇌물 공여’논리와 맞닿아 있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김 전 차관의 첫 정식 재판에서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삼성 그룹의 영재센터 후원 강요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은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 등 관련 증거에 의하면 후원금은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직접 소통해 지원된 것이 이미 드러났다. 각 후원금 지급 직전에 대통령과 삼성이 독대한 사실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특검에서도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등을 삼성그룹에서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 430억의 일부로 보고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진술도 특검이 확보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의 이러한 주장은 김 전 차관이 삼성에 강요해 16억원을 뜯어낸 게 아니라, 청와대와 삼성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자신의 강요 혐의를 벗으려는 주장이다. 자신은 무죄로 빠져나가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전략으로 해석되는데 공교롭게도 이를 설명할 때 김 전 차관 쪽은 ‘청와대와 삼성의 소통’이란 단어를 썼다. 소통이란 표현은 삼성이 청와대와 협의해 뇌물을 공여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반면,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김종 전 차관은 삼성그룹 김재열 사장을 만나 “대통령 관심 사항”이라고 언급하며 삼성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하라고 압박하는 데에 직접 역할을 한 것으로 나온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그랜드코리아 레저 관련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동계영재센터 주요 직함으로 박재혁 회장, 이규혁 전무 등이 적혔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대통령 말 그대로 기재한 것이다. 대통령이 영재센터 임원 누구인지도 알고, 캠프 언제부터 언제까지 누가 간 것도 기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장시호씨가 작성한 영재센터 선수 지원, 해외전지훈련 계획 및 예산 등의 기획안도 공개했다. 문건 비닐 파일에서는 최순실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대빵드림’ 글자가 장씨의 자필로 적혀있었다.
허재현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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