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늦어도 2월 초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 조사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전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특검이, 이번 사건의 정점인 박 대통령 조사 일정을 공개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접촉은 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늦어도 2월 초까지는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대통령 조사 일정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 시점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 조사 일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을 기소하기 전에 뇌물수수 당사자인 박 대통령을 조사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내용을 튼튼히 하려는 것이다. 또 이 부회장 기소 내용이 박 대통령 쪽에 사전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18일 진행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특검은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2월
6일이나 7일 전에는 그를 기소해야 한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약속대로 대면조사에 응할 것으로 보지만 응하지 않더라도 강제조사를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조사할 방법은 없다. 아직 특별한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주도한 의혹을 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이날 나란히 피의자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지렛대 삼아 블랙리스트 의혹의 최종 배후로 의심받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미 지난달 말 문체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보고 문건 등 주요 증거를 다수 확보했고, “(블랙리스트가) 김 전 실장을 거쳐 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이 자택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증거를 없앤 정황도 포착했다. 이 때문에 ‘법꾸라지’라는 별명이 붙은 김 전 실장과 법조인 출신인 조 장관이 혐의를 마냥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검팀은 조만간 이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달 청문회 때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김 전 실장에 대해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편 특검은 최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피의자로 18일 오전 소환조사한다고 밝혔다. 정씨에게 입시·학사 관련 특혜를 주도록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 김경숙(62) 이대 전 신산업융학대학장은 17일 밤 늦게 구속됐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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