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국정감사 앞둔 이 부회장에게 거짓진술 종용 정황
“안 전 수석, 두 재단은 기업 자발적 모금으로 설립 진술 요구”
“안 전 수석, 두 재단은 기업 자발적 모금으로 설립 진술 요구”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앞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허위진술을 종용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19일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이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설립됐다고 진술하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의 지시로 두 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모금 실무를 도맡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가을 두 재단에 대한) 최초 언론보도가 나가기 전부터 안 전 수석이 ‘사건이 잘 마무리되도록 힘써달라’고 했고, 보도 이후에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처럼 견지해달라’며 허위진술을 요구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또 “안 전 수석이 ‘다 잘 될 테니 걱정마라, 잘 수습될 거다, 우리(청와대)가 뒷수습을 해줄 것’이라는 얘기를 전경련 박아무개 전무에게 해준 적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도 “그런 전화를 하도 많이 받았다”고 답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안 전 수석이 지난해 말 검찰 소환을 앞둔 이 부회장에게 거짓진술을 요구한 메모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검찰 소환 전날 밤 전경련 직원이 안 전 수석의 전화통화 내용을 기록한 포스트잇 메모에는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문제없으니 고생하시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기재돼 있었다. ‘강제모금’이 아니라 ‘전경련 주도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 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요구하고, 청와대가 특검에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두 사람이 입맞춘 정황도 공개됐다. 지난해 10월은 두 재단에 대한 고발로 검찰 수사가 개시된 시점이었다. 이 부회장은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안 전 수석에게 ‘(검찰 고발이 됐으니)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국감에서 말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했더니 안 전 수석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또 “안 전 수석이 이미 사실 실체가 드러났는데도 (자발적 모금이라고) 얘기하라고 했다. 실태 파악을 너무 안하고 계신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현소은 허재현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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