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블랙리스트 지시’ <중앙> 보도에
박 대통령 쪽 “명예훼손·피의사실 공표죄 등 고소”
특검 “특검법 따른 언론 브리핑” 별다른 대응 안해
박 대통령 쪽 “명예훼손·피의사실 공표죄 등 고소”
특검 “특검법 따른 언론 브리핑” 별다른 대응 안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가 최종 지시자로 의심받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특검팀은 전날 새벽 구속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22일 오후 나란히 소환해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 등에 대해 조사했다.
이날 특검팀 등에 따르면,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담은 구속영장에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한달 여 뒤인 2014년 5월께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블랙리스트 작성을 청와대 각 수석실에 ‘하달’했으며, 같은 해 6월 정무수석이 된 조 전 장관 역시 이런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두 사람에 대한 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 등을 면밀하게 확인할 방침이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검찰 수사 때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지만, 특검팀에서 집중 수사해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수차례 법적 논란에도 구속을 피했던 김 전 실장을 구속했고, 조 전 장관을 현직 장관 최초로 구속했다. 윗선인 박 대통령 지시 여부도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분위기여서,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쪽은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민·형사 소송 방침을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뇌물혐의 수사에 균열이 생겼다고 판단한 박 대통령 쪽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보호막을 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한 이후, 박 대통령 쪽이 특정 기사에 대해 기자는 물론 특검 수사팀 관계자까지 형사고소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쪽의 엄포성 소송 제기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고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은 현재 특검법 12조에 따라 실시하는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을 뿐이므로 (박 대통령 쪽이 언급한) 고소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