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 1차관(가운데) 등 간부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사건에 대한 유감의 뜻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지시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한 사실이 드러난 문화체육관광부가 23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총괄 팀장을 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송수근 1차관이 장관 직무대행 자격으로 이날 문체부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송 차관과 유동훈 2차관, 문체부 주요 실국장들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할 문체부가 문화예술 지원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다. 앞으로 특검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문체부가 져야 할 책임을 감내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해 부당한 차별이나 개입을 원천 방지하는 규정을 만드는 등 제도 개선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문화계와 정치권은 발표 주체가 잘못됐다고 반발했다.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졸속 사과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며 “(송 차관은)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 조사를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체부 1차관으로 임명한 송 차관은 문체부 기획조정실장(2014년 10월~2016년 12월)으로 재직하며 ‘건전콘텐츠 티에프(TF)’ 팀장을 맡아 블랙리스트에 오른 각 실·국의 ‘문제 사업’을 관리하고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달 초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송 차관은 사과문 발표 뒤 “블랙리스트를 저희 기획조정실에서 총괄 관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제가 특검조사 중에도 자세히 설명을 드렸다”고 부인했다. 또 문화예술계와 정치권이 송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해 “특검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박 대통령 관여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추린 ‘적군리스트’까지 만들어 정부 지원을 배제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구속된 김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전날에 이어 이날 다시 불러 조사했다.
최현준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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