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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육영재단 강탈사건, 박근혜는 정말 관련 없나

등록 2017-01-23 22:55수정 2017-01-24 08:50

‘최순실 게이트’로 신동욱 재판 재주목

운영권 뺏긴 박근령의 남편 신동욱
2009년 “박근혜 묵인” 글 썼다 실형
검찰은 박근혜 피해자 조사 않고
법원은 별다른 의문 제기 없이
박지만 측근 “내가 주도” 주장 수용
5촌 조카 ‘신씨 살해 지시받아’ 주장
하지만 증언 앞두고 숨진 채 발견
검찰은 녹음테이프 확보조차 안해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박근혜 당시 이사장과 동생 박근영씨 지지자들 사이 분규가 심화되던 지난 1990년 11월, 박근혜 당시 이사장이 재단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박근혜 당시 이사장과 동생 박근영씨 지지자들 사이 분규가 심화되던 지난 1990년 11월, 박근혜 당시 이사장이 재단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동생들’이 재단 운영권을 놓고 볼썽사납게 싸웠던 육영재단 강탈 사건이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이지(EZ) 회장은 2007년 말 재단 운영권을 두고 다퉜다. 폭력조직까지 동원될 정도로 당시 싸움은 격렬했고 결국 박지만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2009년 뜻밖의 글이 인터넷에 게재됐다. 박 전 이사장의 남편인 신동욱(49·공화당 총재)씨가 쓴 글이었다. ‘박지만 회장이 나의 중국 납치 계획을 세운 뒤 살해하려 했다. 육영재단을 최태민 목사의 친인척들이 빼앗으려 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묵인했다’는 내용이었다. 신씨는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2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신씨에게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근 박영수 특검은 신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최씨의 재산 증식과 이 사건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조사였다. 이를 계기로 신씨의 재판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신씨 말고는 어느 누구도 그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재판 기록을 보면, 정용희(53·박지만 이지 회장의 전 비서실장)씨는 2014년 4월14일 재판에 출석해 육영재단 폭력 강탈 사건을 모두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증언했다. 정씨는 “(박근령 이사장과 신동욱을 몰아낸 것은) 박지만 회장이 지시한 게 아니라 육영재단 직원들이 논의해 내가 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지만 회장의 비서실장이 박 회장의 승인 없이 육영재단 분쟁을 계획하고 실행시킨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증인으로 나섰다. 그는 법정에서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는) 증인이 잘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태민 일가와 2004년 이후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위증 논란이 일자, 김 전 수석은 <한겨레>에 “당시 이춘상(2012년 교통 사고로 숨짐), 안봉근 보좌관이 정리해준 내용으로 법정 증언을 한 것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인데도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진술은 받지 않았다. 2009~2010년 당시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직접 조사를 할 수도 있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에 대해 박근혜가 법정에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위증죄로 처벌된다. 당시 검찰은 이 부담을 덜려고 박근혜 진술조서를 일부러 안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씨의 1심 재판이 진행중이던 2010년 9월 육영재단 전 법인실 부장인 이아무개씨가 뜻밖의 진술을 했다. 이씨는 “박용철(죽은 박 대통령의 5촌 조카)씨가 내게 ‘양심선언을 하고 싶다. 신동욱을 중국에서 죽이라고 박지만 회장이 말한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증언을 근거로 신씨는 박 회장을 무고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을 수사하지도, 박씨가 갖고 있다는 녹음테이프 확보에도 나서지 않았다. 2011년 8월께 신씨는 재판부에 박용철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며칠 뒤인 그해 9월6일 박용철씨는 숨진 채 발견됐고 녹음테이프는 증발해버렸다.

<한겨레>는 2007년 육영재단 강탈 사건 때 박지만 회장 쪽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고 하는 ㄱ씨를 최근 만났다. ㄱ씨는 “모든 일을 정용희가 주도한 건 맞지만, 그는 박지만의 비서라기보다는 정윤회를 위해 일한 사람이다. 정윤회는 육영재단 분쟁 현장에 몇 차례 들러 정용희의 보고를 받고 돌아갔다. 신동욱에 대한 살해 계획도 실제 있었다. 미얀마에서 조폭을 동원해 죽이려다 안 되어서 중국으로 데려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월급쟁이 정용희가 이런 일을 어떻게 다 하겠나. 정용희 뒤의 배후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추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남오연 변호사(법무법인 청호)는 신씨의 재심 청구를 준비중이다. 증언이 허위일 경우 재심 사유가 된다. 검찰은 ‘신동욱 명예훼손 사건’에서 참고인 진술을 받은 최순실씨의 진술조서를 당사자인 신씨에게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남 변호사는 “검찰이 신씨에게 당시 수사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재심 청구를 사실상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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