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9차 변론 증인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 의견 들어야 한다” 건의하자
박대통령 “대한민국 모두의 의견 들어야 하느냐” 역정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 의견 들어야 한다” 건의하자
박대통령 “대한민국 모두의 의견 들어야 하느냐” 역정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국무위원 전원 사퇴를 주장했으나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또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자신의 조언에 박근혜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고 유 전 장관은 밝혔다.
유 전 장관은 2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세월호 참사 뒤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 전원 사퇴를 주장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이 그 이유를 묻자 유 전 장관은 “수 백명의 학생들이 물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걸 보면서 너무 창피했고 당시 기억을 하면 황당하다”며 “저를 비롯한 국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김기춘 실장이 감히 대통령이 임명한 당신들이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불경한 자세를 보이느냐고 화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비판 의견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조언에 박근혜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고도 밝혔다. 유 전 장관은 “국무위원들과 전혀 상의를 하지 않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께 국무위원들과 상의를 해야 한다, 혼자 결정하면 아무리 해도 정확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안 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외에도 유 전 장관은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으면 움직이는 시스템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건의 드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비판적인 사람 의견을 들어야 된다고 했을 때 대통령이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의견을 내가 들어야 하되느냐며 역정을 내셨다”고 유 전 장관은 기억했다.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도 포용하는 과정에서 증인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약속이 잘 지켜졌냐”는 질문에 유 전 장관은 “정권 출범해서 상당기간 지켜졌는데 2013년 8월 김기춘 비서실장이 온 뒤 약속이 안 지켜졌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민경 김지훈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