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특검팀은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관련한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사적 이익 취득 혐의와 관련해 이날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를 소환했다. 현직 대사의 특검 소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은 모철민 주 프랑스 대사(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이어 2번째다. 연합뉴스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가 최순실씨 추천으로 지난해 5월 대사직에 임명된 것으로 31일 드러났다. 최씨는 대사 교체 두 달 전인 지난해 3월 유 대사를 만나 직접 면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귀국한 유 대사는 최씨의 알선수재 의혹이 제기된 미얀마 케이(K)타운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유 대사는 ‘최순실씨를 아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지금도 누가 저를 대사에 추천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유 대사는 특검 조사가 시작되자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사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유 대사가) 오전 조사에서 최순실씨를 여러차례 만났고, 최씨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임원 출신인 유 대사는 지난해 5월 이백순 전 대사 후임으로 미얀마 대사에 임명됐다. 대기업 임원 출신이 대사로 나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당시 ‘깜짝 발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유 대사 스스로도 임명 당시 “외교부에서 (제의) 전화를 받고 의아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해 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추진된 760억원 규모의 미얀마 케이타운 사업에서, 최씨가 특정업체를 대행사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회사 지분 20%를 요구한 정황을 잡고 수사중이다. 케이타운 사업 추진 시점과 유 대사 임명 시점이 비슷해 유 대사 역시 사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검팀은 이날 최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청와대 쪽과 사전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2월 둘째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 대변인은 “장소나 방법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만큼 결론이 나면 그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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