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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설 연휴 근무 뒤 뇌출혈로 숨진 기관사 가방에는…

등록 2017-02-02 20:11수정 2017-02-02 21:55

지난달 27일 근무 뒤 노조사무실에서 홀로 자다
뇌출혈로 의식불명 빠져…뒤늦게 발견돼
가방에는 컵라면, 귤, 생수병 등 들어 있어
노조 “근무형태 탓 기관사 수면·끼니 불규칙”
숨진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오아무개씨의 가방. 컵라면과 귤 대여섯개, 생수병 등이 보인다. 지난해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19살 청년 수리기사의 가방에도 컵라면과 수저가 들어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숨진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오아무개씨의 가방. 컵라면과 귤 대여섯개, 생수병 등이 보인다. 지난해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19살 청년 수리기사의 가방에도 컵라면과 수저가 들어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설 연휴 근무 시간을 맞추려 홀로 사무실에서 잠을 자던 철도 기관사가 급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가 남긴 가방에는 컵라면과 귤 대여섯개, 생수병 하나가 들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일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의 말로는, 이 공사 소속 입사 21년차 기관사 오아무개(47)씨는 설연휴 첫날인 지난달 27일 저녁 7시께 어린이대공원역 승무사업소에서 일을 마쳤다. 평소 대전 자택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던 그는 이날 귀가하지 않고 이 역사 안에 있는 노조사무실에서 잠을 청했다. 설 연휴 교통체증으로 다음날 저녁 근무시간을 맞추기 못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잠을 자던 중 오씨는 갑작스런 뇌출혈로 인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됐다. 설 연휴기간이라 출근하는 사람이 없어 그는 의식을 잃은 지 반나절이 지난 28일 오후 2시께 발견됐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나흘 뒤인 지난 1일 결국 숨졌다.

2일 노조 쪽이 공개한 그의 가방에는 컵라면 한 개, 귤 대여섯개, 생수병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19살 청년의 가방에도 컵라면과 나무젓가락, 숟가락이 들어 있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기관사들은 매번 출퇴근 시간이 다른 교번근무형태여서 제때 잠을 자지 못하기 일쑤이고 끼니도 제대로 못챙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관사들은 흔히 컵라면과 김밥, 빵, 귤같은 간식거리를 가방에 넣어 다니며 끼니를 때운다는 것이다. 조 국장은 오씨의 죽음을 두고 “인력이 충분하고, 기관사들이 함께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넉넉했다면 그렇게 노조사무실에서 자지 않았을 테고, 누군가가 일찍 발견해 응급조처를 취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노동조합의 요구로 교대제를 교번제로 변경하고, 교번근무를 하는 기관사들을 위해 승무,사업소에서는 구내식당을 운영해 배식하고 있다”며 “특히, 설 연휴 1월 27일엔 귤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휴식공간에 대해서는 “기관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순차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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