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해시태그를 달고 교사들의 상습적인 성희롱성·성차별·소수자 혐오 발언을 고발하는 글. 사진 트위터 갈무리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차별적·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는 학생들의 폭로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서울 ㅅ여중·여고와 ㅊ여중 학생들이 교사들의 성희롱을 외부로 공론화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경험한 청소년들이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스스로 학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3일 현재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선 ‘#○○예고’ 해시태그를 달고 교사들의 상습적인 성희롱성·성차별·소수자 혐오 발언을 고발하는 글이 100여건 이상 게시됐다. 지난달 26일한 재학생이 교사로부터 들은 폭언을 고발한 트위트를 올리고, 이 글이 6000회 이상 공유되면서 비슷한 피해를 보았다는 재학생·졸업생의 고발 글이 트위터에 쏟아진 것이다.
한 학생은 “ㄱ교사로부터 ‘여자는 남편 잘 만나서 결혼 잘하는 게 성공하는 거야’ ‘넌 예쁘니까 공부 못해도 돼’라는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성추행당했던 경험을 상담하자 ㄴ교사로부터 ‘네 성격이 그래서 그럴 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내 아들이 게이라면 호적에서 파버릴 것”이라거나, 한 교사가 동성애자인 학생에게 “군대 가면 ○○밭이라서 좋겠네”라고 말했다는 등 성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수업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소설을 쓰지 못하게 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시국선언문을 무단 철거하는 등 학생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주장도 올라왔다.
재학생·졸업생들은 폭로된 내용을 토대로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학생들은 ‘○○예술고등학교학생인권연대 불청’을 만들어 학교 쪽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3일 학교 앞에서 ‘책임자 징계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1인시위도 벌였다. 불청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학생들의 폭로에 용기를 얻어 학내 부조리와 억압에 분노하고 저항하고자 한다. 학교는 교내 학생을 억압하는 실태를 부끄럽게 여기고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다음 달 내로 학생들의 고발 내용을 정리한 책자도 발간할 계획이다.
이에 학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폭로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밝힌 후, 결과에 따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폭로된 내용에 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중으로, 향후 대처에 나설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서울 ㅅ여중·여고와 ㅊ중 학생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학교에서 벌어진 성희롱과 폭력적인 생활지도 문제를 외부로 알린 바 있다. 이를 통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이끌어 냈고, 성추행·성희롱 혐의가 있는 교사 9명이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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