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박영수 특검의 양재식 특검보(왼쪽)와 박충근 특검보(오른쪽)가 청와대 연풍문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형사소송법 110·111조 군사·공무상 비밀 이유 거부
국익에 해 되는지 안밝혀…특검 “공무집행 방해 검토”
국익에 해 되는지 안밝혀…특검 “공무집행 방해 검토”
청와대가 3일 ‘군사·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검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압수수색 거부의 근거로 들었다. 형소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11조는 ‘공무원은 보관 물건에 관해 본인 또는 해당 관공서가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해당 관공서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다수의 군사시설이 설치돼 있는 청와대 특성상 경내 진입을 허용할 수 없고, 전·현직 청와대 수석 등이 대통령의 지시 아래 만든 기록물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압수 대상이 안 된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청와대는 특검팀에 “청와대는 ‘군사시설’로 지정돼 있고 ‘공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과 자료가 많다. 압수수색이 이뤄질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형소법은 군사·공무상 비밀이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불승인 사유서에는 어떤 부분이 국가 이익을 해치는지 나와있지 않다”며 “이번 경우가 거기에 해당하는지는 여러 사유를 들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의 압수수색 대상이 군사·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이 된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군사시설이고, 공무상 비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압수수색 집행 장소와 대상을 최소한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이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활동이 아닌 뇌물죄 의혹 등 대통령 개인비리에 대한 내용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어서, 군사·공무상 비밀과는 관련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사는 “청와대 전체를 군사·공무상 비밀로 간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정 대상과 장소를 하나하나 살펴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압수수색이 불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경우 내부 비밀이 누설돼 군사·전략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치거나 국가안전 보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형소법 조항도 이런 상황을 우려해 만들어진 특별 규정인만큼 정권을 가리지 않고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청와대가 현재와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법적으로 이를 극복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규철 대변인은 “청와대와 특검, 양쪽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특검이 계속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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