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4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1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2월 탄핵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첫 촛불이 열린 지 99일째가 되던 지난 4일은 ‘입춘’이었다. 청와대는 전날 온종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탄핵 심판 시간 끌기는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오지 않는 ‘봄’에 전국 시민 42만명(주최 쪽 추산)이 다시 광장에 모였다.
박근혜 정권 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14차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청와대의 각종 어깃장을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정범모(65)씨는 “대통령이 사과해도 시원찮을 판에 청와대의 탄핵 시간 끌기와 지연작전에 속상해서 나왔다”며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제대로 받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프리랜서 김아무개(49)씨는 “인터뷰 보니 박 대통령은 그대로더라.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검 수사 기간 연장하고 이른 시일 안에 탄핵이 인용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특검팀에 출석하면서 “억울하다”고 소리친 최순실(61)씨를 향해 “염병하네”라고 일침을 놓은 청소노동자 임아무개(65)씨가 이날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임씨는 “(최씨가) 잘 먹고 잘살며 나라를 망하게 해 놓고 뻔뻔하게 얼굴 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걸 보니 화가 치밀었다”며 “이번 기회에 정의가 살아날 수 있도록 특검이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일 동안 촛불이 일궈낸 성과에 대한 공감대는 컸다. 회사원 신아무개(43)씨는 “그동안 많은 국민이 나왔기 때문에 탄핵안이 가결돼 대통령 직무정지를 시킬 수 있었다. 세월호 문제도 다시 떠오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과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는 각각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의 주최로 11차 태극기 집회 등 탄핵기각을 주장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 ‘국회 해산’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쪽은 “13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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