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만인 3일 헌재에 소추사유 반박서면 제출
증인신문에도 불구하고 기존 답변 되풀이
증인신문에도 불구하고 기존 답변 되풀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57일 만인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사유를 반박한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헌재에서의 여러 증인신문에도 박 대통령은 기존 주장만 되풀이해 시간을 끌기 위한 부실 답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박 대통령 대리인은 헌재에 낸 ‘소추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을 보면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행적의 추가 제출을 거부했다. 박 대통령 쪽은 헌재의 요청으로 지난 1월10일 세월호 당일 행적이 담긴 답변서를 냈으나, 2014년 4월16일 받은 보고서와 지시만 적혀있고 그마저도 근거가 없었다. 이에 이진성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당일 행적을 밝히기에 내용이 부족하다”며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박 대통령은 “상세한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한 바 있어 그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맞섰다.
헌재의 추가 석명을 거절한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사유도 “모른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한 것이지, 문건이나 자료를 보내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오랜 인간관계에 비춰 정호성·최순실이 비밀을 유지할 것으로 신뢰했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이라는 인식을 전혀 못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헌재에 나와 “대통령이 의견을 물어보라고 해 자료를 보냈다”고 밝혔고, 차은택씨도 증인신문에서 “최씨가 사무실에서 연설문이나 국무회의 회의록을 컴퓨터로 작업하는 걸 봤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증언에도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국민 담화 내용만 되풀이했다.
기업에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요구하고 최씨 관련 회사에 기업의 특혜를 부탁한 ‘대통령의 권한남용’도 박 대통령은 부정했다. 그러나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헌재 증인신문에서 “청와대 강요로 두 재단을 설립했다. (국회 등에서는) 청와대의 (위증) 요청이 무서워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설립했다고 위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케이디(KD)코퍼레이션·플레이그라운드 등의 대기업 지원 요청이 유망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최씨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다. 여러 기업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헌재 증인신문에서 이들 외에 박 대통령이 지원을 지시한 중소기업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2일 첫 준비절차에서 박 대통령 쪽에 탄핵소추 사유 중 인정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쪽은 “바쁘다”며 답변을 미루다 기존 입장을 반복한 준비서면 13쪽만 제출했다. 국회 소추위원단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늦추기 위해 지금까지 헌재 탄핵심판에서의 많은 증언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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