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증인 출석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6일 최순실 씨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고영태(41)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을 추가 폭로했다. 고씨는 지난해 12월7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뒤 공개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한(45)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피고인석의 최씨와 직접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6일 열린 최순실(61)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고씨는 “최씨가 차은택에게 국가브랜드 관련 일을 지시하면서 ‘장관 자리 비어있는데 추천할 사람 추천해라’, ‘콘텐츠진흥원장 추천해라’고 했는데 실제 이뤄지는 걸 보았다. 또 예산 같은 걸 (최씨가) 짜기 시작했는데 실제 그대로 반영된 것을 보면서 겁이 나기 시작해 2014년 말 (최순실씨 소유의) 의상실 운영을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또 고씨는 ‘(지난해 8월 미얀마에서) 최씨와 함께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를 만난 적이 있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최씨는 인호섭 미얀마 무역진흥국 서울사무소 관장에게서 미얀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케이타운, 코리아타운 이런 걸 주고 받았다. 케이타운 사업 등으로 차후 발생되는 수익구조를 봤던 거 같다”고 말했다.
최씨가 자신이 재판에 넘겨진 것을 고씨 등의 음모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고씨는 “내가 더 억울한 게 있다”며 맞받아쳤다. 고씨는 “내가 조작했다면 안종범 수석을 움직이고, 정호성 비서관을 움직여서 그런 조작을 했다는 말과 같다. 내가 대기업을 움직여서 300억원 등을 지원 받게 했다는 건데… 도대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씨는 재판정에 들어오는 고씨를 응시한 반면 고씨는 증언 내내 최씨에게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날 고씨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씨가 차은택씨에게 전부 책임을 떠넘기라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고씨가 전화해서 회장님이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해 한강공원 주차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씨가 차씨에게 전부 책임을 떠넘기면서 명확하게 얘기해야 언론에서 문제 삼지 못한다고 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최씨는 지금까지 검찰 조사에서 “차은택이 미르재단을 운영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최씨는 이씨와 ‘녹음파일’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씨가 작심한 듯 재판장에게 발언권을 얻어 “너무 억울해서 물어봐야 할 것 같다. 그날 전화기를 다 없애고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뭘로 녹음을 한 거냐”고 이씨에게 묻자, 그는 “전화기로 녹음한 게 아니고 녹음기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최씨가 “완전 계획적이네요”라고 비판하자 이씨는 “네, 녹음하려고 한 건 계획적이었습니다. 본인(최순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니까”라고 답했다. 이씨는 “녹음을 해놓아야 저한테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거나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가 아닌 본인이 나눈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허재현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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