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집 디자인 회사 ㄱ은 피해자에 사과하고 2차 고소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고한솔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하는 ‘인권’이라는 잡지 발행을 맡은 한 디자인 회사가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를 해고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피해자 괴롭히기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집 디자인 회사 ㄱ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2차 고소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설명을 들어보면, 피해자 ㄴ씨는 지난해 5월 회식자리에서 선배 2명으로부터 “왜 야한 팬티를 입고 왔냐”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ㄴ씨의 허벅지도 만졌다. 회사 쪽은 이런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자 근태를 지적하며 ㄴ씨에게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다.
ㄴ씨가 성폭력 피해와 회사의 해고통보 사실을 온라인에 폭로하자 사쪽은 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1차)하며 ‘온라인 상에 퍼진 폭로 내용을 삭제하라’고 강요했다. 사쪽의 고소사실을 통보받은 ㄴ씨가 유서를 작성해 인터넷에 올린 뒤 자살을 시도하자, 사쪽은 유서 내용을 문제 삼으며 가해자 2명과 함께 ㄴ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재차 고소했다. 최근 법원은 ㄴ씨가 온라인에 성폭력 사실을 올린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게시한 글이 허위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무죄 선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회사 쪽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는데 성폭력 가해자에게 보호받아야 할 평판이 있는지, 그 평판이 한 여성노동자가 입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울증·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ㄴ씨는 눈물을 흘리며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디자이너의 꿈까지 접어야 했다. 회사가 갑을 관계를 이용해 약자를 짓밟는 일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회사와 ‘인권’이라는 이름의 인권잡지 발행 계약을 맺은 사실도 논란이 됐다. ㄱ회사는 지난 1월 인권위로부터 1억1000만원을 받고 취재와 기사작성은 물론 편집기획, 디자인, 인쇄 및 발송 등을 맡기로 계약을 맺었다. 인권위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련의 사태를 알지 못한 채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해당 업체와의 계약 해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가 기자회견을 하자 ㄱ회사는 “성추행 사건 및 이후 사태에 대해 사쪽의 부적절한 조처로 심적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을 피해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1차 고소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아들이고 2차 고소도 취하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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