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공판이 열린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최서원(최순실)씨와 김종(왼쪽) 전 차관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61)씨 지시로 조카 장시호(37)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을 지시하고 일일이 보고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한 것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라는 정황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10일 열린 장씨와 최씨, 김종(56) 전 문체부 2차관 등에 대한 재판에서 김종 전 차관의 변호인은 “김 전 차관이 김상률 청와대 교문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이 영재센터에 관심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문체부 산하 공기업 지케이엘(GKL)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과 장씨, 최씨 등은 지케이엘에 압력을 넣어 영재센터에 2억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김재열 사장을 압박해 삼성전자가 16억원 상당을 후원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지케이엘 이기우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김 전 차관은 2015년 10월26일 김상률 교문수석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스포츠뉴스에서 영재센터 주관 행사를 봤는데 관심을 보이면서 행사 개요에 대해 보고하라고 했다고 연락받았다. 이에 두 차례 걸쳐 영재센터의 사업현황에 대해 자세히 보고했고, 이후에도 교문수석실을 통해 영재센터 관련해 계속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박 대통령이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는지는)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또 문체부에서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된 문건인 ‘동계종목 유망주 발굴육성 및 선수 지원사업 추진방향 및 계획’이란 문서에 영재센터가 언급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상률 교문수석이 박 대통령의 영재센터 지원 관련 지시를 김 전 차관과 이 사장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 정황도 나왔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이 사장이 지케이엘 대표로 취임한 지 2달 경과한 시점에서 김 수석을 독대했고, 김 수석이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하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수석이 영재센터를 언급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는 “(김 수석이) 언급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재판에서도 영재센터에 대한 후원은 박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차관 쪽은 지난해 12월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지케이엘의 영재센터 후원 요청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어서 거부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지난달 17일 열린 첫 정식재판에서도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16억원 후원은)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직접 소통해 지원된 것이 이미 드러났다. 각 후원금 지급 직전에 대통령과 삼성이 독대한 사실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단순히 메신저였음을 주장하고 청와대에 책임을 미룸으로써 자신에게 적용된 강요 등 혐의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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