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 일대에서 열린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2월 인용, 특검 연장 등 을 외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1일 정월대보름에 열린 ‘15차 촛불집회’에선 서울 광화문에만 주최 쪽 추산 75만명(전국 80만명)이 모여 올해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강추위를 뚫고 온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지연에 불안해하면서도,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촛불을 들겠다는 강한 책임감을 내비쳤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개최한 촛불집회에 참석한 김명섭(40·경기도 용인시)씨는 “너무 추워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촛불이 살아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매주 나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기 때문에 실제로 구슬을 잘 꿰야한다고 본다“며 “이젠 혼란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왔다. 탄핵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관심과 걱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마지막 뒷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시에서 온 이아무개(28)씨도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헌재 상황도 그렇고, 탄핵반대 집회에 사람이 동원되고 있다는 소문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안하다”며 “야당도 대선 준비 말고 탄핵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이수현(47)씨도 “정치권에서도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국민들 목소리 잘 듣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정치권에선 언제까지 국민들이 차린 밥상만 먹을거냐. 지금은 박 대통령 탄핵에 집중할 때다”라고 말했다.
특검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오지원 변호사는 연단에 올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은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는 망언을 한 바 있다”며 “특검이 수사할 사항이 산더미 같은데, 지금 특검 연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체 언제 연장을 고민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황 대행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특검법의 취지에 맞게 답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온 민지홍씨도 자유발언을 통해 “청와대는 쿠팡 트럭은 들여보내면서 특검의 압수수색은 거부하고 있다. 황 대행은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특검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씨는 “지쳐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촛불을 들자고 서로를 격려하자”며 “국회의원들이 특검을 연장하고 직권상정하게 외치자”고 주장했다. 공연을 위해 무대에 선 밴드 ‘뜨거운 감자’의 김C도 “불운한 뉴스일 수도 있겠지만, 촛불은 종착역보다 시작에 가까운 것 같다. 모두 간절히 원하는 것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점점 세를 과시하는 탄핵반대 집회에 대한 불안감도 최대 인파를 모은 원동력이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아무개(40)씨는 “광화문으로 오면서 탄핵반대 집회 모습을 봤다.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났다. 왜 이렇게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카카오톡으로 유언비어가 점점 많이 도는 느낌인데, 왜 단속이 안되는지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본집회가 끝날 무렵, 퇴진행동은 정월 대보름을 맞아 박 대통령의 퇴진을 기원하는 의미로 ‘퇴진’이라고 적힌 풍선을 하늘로 띄우는 ‘퇴진 보름달’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과 서울광장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도 올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 주최 쪽은 21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박수지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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