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셋째)이 13일 오전 삼성 직원들과 함께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13일 재소환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433억원 뇌물 의혹에 연루된 삼성그룹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애초 ‘경영공백’을 우려해 이 부회장만을 구속 대상으로 한정했던 특검팀이 수사 종료를 보름여 앞두고 삼성을 겨냥해 강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삼성 관계자 중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 5명”이라며 “이들의 신병처리 여부는 오늘 이 부회장 등을 조사한 뒤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물론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총괄한 미래전략실 핵심 간부와 최순실씨 쪽과 ‘가교’ 역할을 맡았던 삼성전자 간부 등이 모두 망라됐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조사 하루 전인 12일 장충기 차장(사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고, 13일에는 대한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사장과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전무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당시 미래전략실 임원들에 대한 동시 신병처리에 따른 경영공백을 우려해 이 부회장 한 명만을 구속 대상자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팀 내부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신병 확보에만 매달리기보다 박 대통령 뇌물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다른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함께 넣을 경우 법원이 이를 모두 기각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전략적 고려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인해전술’식 구속영장 청구인 셈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부회장과 최 실장, 장 차장 등이 박 대통령 쪽 지원과 관련해 모두 지시·보고 관계로 연결돼 있다.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만 빼고 다른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만 발부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설령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기각되고 다른 간부의 구속영장만 발부되더라도, 박 대통령과 삼성 사이의 뇌물 의혹을 소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검팀은 전날 장 차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이날 박 사장과 황 전무를 추가로 불러,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 내용을 보고받은 정황을 집중 조사했다. 특검팀은 2015년 7월25일 이 부회장의 박 대통령 독대를 전후로 그룹 미래전략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최씨에 대한 지원을 논의했고 이를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독대 사흘 전인 7월22일 제주 출장중이던 박 사장이 이 부회장의 호출로 급하게 서울로 올라와, 다음날 아침 일찍 이 부회장을 만났다. 특검팀은 박 사장이 이 부회장을 만나기 직전 승마협회 김종찬 전무를 만난 사실 등으로 미뤄, 이 부회장이 박 사장으로부터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문제를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박 사장이 7월27일 정씨를 만나기 위해 독일에 출국하기 직전에도 이 부회장과 최 실장, 장 차장 등이 모여 ‘승마협회’ 안건으로 30분 동안 회의를 연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장 차장이 7월28일 승마협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상부에 보고했다는 뜻을 담아 “(최지성) 실장님과 (이재용) 부회장님께 재전송 보고드렸습니다”는 문자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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