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장 기각 뒤 ‘재벌 봐주기’ 비판
법원 안서도 ‘수긍 어렵다’ 목소리
한정석 판사, 전보 4일 앞두고 심사
재심사 더 엄격해 발부 흔치 않아
‘소명 부족’ 지적 부분 보강수사 중요
특검, 대가성·부정청탁 증거 추가
법원 안서도 ‘수긍 어렵다’ 목소리
한정석 판사, 전보 4일 앞두고 심사
재심사 더 엄격해 발부 흔치 않아
‘소명 부족’ 지적 부분 보강수사 중요
특검, 대가성·부정청탁 증거 추가
15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재청구된 구속영장 심사를 하루 앞둔 서울중앙지법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회적 중요도가 높은 사건인데다, 기각 당시 엄청난 비판에 시달린 탓에 법원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크다.
법원은 지난달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후 ‘재벌 봐주기’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해 ‘삼성 장학생 출신’ 등 근거 없는 인신공격까지 가해지자 서울중앙지법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례적으로 입장자료를 내기도 했다. 법원 안에서도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을 수긍하기 어렵단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는 것도 고민거리다. 지난달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원의 영장심사 시스템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운명을 결정할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오는 20일 제주지법 부장판사 전보를 앞두고 사회적 관심이 가장 높은 사건을 맡게 됐다. 통상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는 부장판사 2명과 평판사 1명으로 구성된다. 사건 자동배정을 원칙으로 하되, 재청구된 영장에 대해선 기존에 심리했던 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판사가 순번에 따라 사건을 배당받는다. 한 판사는 지난해 9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과 지난달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두 사람은 각각 검찰과 특검팀의 보강수사를 거쳐 결국 구속됐다.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의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 세 가지다. 한차례 기각된 구속영장을 재심사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만, 소명이 부족했다고 지적된 부분에 대한 보강수사가 철저히 이뤄졌는지에 방점을 둔다. 지난달 19일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보통 사실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한차례 기각된 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흔하진 않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구속영장은 대개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청구하기 때문에 소명 정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판사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기각된 영장에 대해선 보다 엄격하게 검토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박영수 특검팀이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으로 의심될 만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한 점에 주목해 발부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견해도 있다. 영장전담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안종범 수첩이 확보됐고 공정위의 삼성 특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가 추가로 나왔다. 법원이 가장 부족하다고 본 구속사유가 소명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법원 안에선 특검팀이 보강수사를 비교적 충실히 벌였고, 뇌물 혐의의 또 다른 축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계속 이뤄지지 않아 수사에 차질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이 사실상 처음 청구된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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